장수연 저,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될 기회인 것 같다. 우리가 자동적으로 훌륭해진다는 게 아니라 그럴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다. 절대적으로 강자인 내가 철저히 약자인 누군가에게 가슴 깊이 우러나는 존중감으로 최선의 배려를 하는 것, 자식이 아니면 내가 누구를 상대로 이런 사랑을 해보겠는가. 화낼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것, 힘으로 누를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것,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 딸을 통해 더 나은 인격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봤으니,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성숙한 인간이기를, 그리하여 조금 더 괜찮은 사람, 조금 더 괜찮은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장수연 저,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중에서
아이를 기르는 게 물건을 만드는 것과 같다면 두 번째, 세 번째...... 반복할수록 '숙련공'이 되겠지만 부모도 '이 아이'는 처음이니까. '둘째 딸', '셋째 아들'은 처음 길러보는 거라서 늘 잘 모른다. (중략) '더 잘 키워보겠다'는 욕심은 없다. 다만 내 일상에 아이가 자라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을 조금만 더 내어주고 싶을 뿐이다.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