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성교육의 현실과 탄압받는 성소수자의 인권
[해외특파원 소식] 어린 시절부터 다양성에 대해 말을 건네는 솔직한 사회
인종, 젠더 등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각 국가의 어른들과 사회가 어떻게 말을 건네는지 알아봅시다. 정책적인 배려부터 유치원, 학교 교육이나 도서관 등 제 3의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각 국가에서는 어릴 때부터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도록 어떤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해외특파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아이들을 'LGBT 이데올로기'부터 보호해야 합니다.
LGBT는 공산주의보다 더 나쁜 '이데올로기'입니다.
폴란드에서 가족의 정의는 여성과 남성의 결합입니다.
폴란드의 가톨릭적 교육과 이념은 피임 또한 낙태와 같은 의미에서 죄라고 치부한다. 피임약을 구하는 과정은 점점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피임약 처방을 해주는 의사를 찾아야 하고, 처방을 받으러 간다 해도 피임약을 원한다는 이유로 여성을 비난하거나 무례한 언사를 하는 등 수모를 겪는 일이 흔하다. 한 번의 처방으로 약을 계속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약값 자체도 비싸다. 이런 식으로 폴란드 사회는 여성에게 수치심과 죄책감을 주면서 피임과 낙태, 즉 여성 당사자의 재생산권 행사를 막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신앙 있는 이들은 실제로 피임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거라는 말을 들으며 한숨이 나왔다. 여성에게 죄의식과 두려움을 심어줌으로써 자신의 몸과 인생에 대한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 검은 시위를 전후로 변화하고 있는 대중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런 메커니즘은 이 나라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듯했다.
놀랍지 않게도, 사후 피임약도 마찬가지다. EU에서 사후피임약 구입에 처방전이 필요한 나라는 폴란드와 헝가리뿐이다. (중략) 낙태를 금지하면서 피임도 금지하는 나라. 계속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끝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어쨌든 이것이 폴란드의 현재였다.
-유우니게, 이두루, 이민경, 정혜윤, <유럽 낙태 여행> 봄알람(2016), 182쪽
피임 자체가 죄라면 아이를 원치 않는 폴란드 남성들은 어떤 입장인지도 궁금했다.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자, 카타지나는 "폴란드 남자도 피임 잘 안 한다."라고 우선 단언했다. 그런데 거기에 이어진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꽤 신중하게 이어진 그의 답을 간추려보자면 폴란드 남성들은 임신을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더라도 피임을 하는 것을 "꺼린다". 여성이 "알아서 어떻게든 임신을 피하기를" 바란다. 거기까지 듣고 우리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자 카타지나는 우리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한 눈짓을 하며 덧붙였다.
"가톨릭 기반 교육은 이렇게 가르치거든요. '남성의 정액은 축복(blessing)이며 여성의 건강에 좋다'라고."
그의 입에서 '축복'이라는 단어가 뱉어지는 순간 머리로는 화가 나고 뱃속에선 토기가 올라오는 듯했다. 그 심경을 여과 없이 표정으로 드러내자 카타지나도 웃었다.
"아이를 원치 않는데 섹스는 하고 피임은 안 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물론 교육이 잘못돼서 벌어지는 거겠죠. 어쨌든 내가 일생 동안 봐온 남자들이 그래요."
- 같은 책, 1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