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전 시민 대피명령 발령

『삼베학교』 에피소드.4

by 루화



***안동 전 시민 대피명령 발령***

관내 전역으로 산불 확산 중.

안동 전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여 주시고, 먼저 대피하신 분들은 안전한 곳에 머물러 주시기 바랍니다.


삼베수업이 두 번 열리고 나서 예기치 않게 경상북도에 큰 산불이 났다.


의성에서 난 산불이 안동으로 옮겨 붙은 난 당일은 삼베수업이 열리는 화요일이었다.

금소마을엔 오전부터 매캐한 연기가 자욱했고, 마치 영화 <미스트>의 한 장면처럼 연기가 마을 전체에 넓게 퍼져있었다.


나는 버스에서 만난 삼베선생님과 함께 학교로 이동했다.


“추목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는데 괘안나 모르겠네.”


추목은 금소와 가까운 옆마을인데, 몇 번 그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여기도 연기가 자욱한데, 괜찮을까요?’


“학교서 나오지 말란 말이 없었으니 괘않겠지, 가보지 뭐.”


학교에 도착해서 평소처럼 믹스커피를 타마시고, 참을 먹고, 별일 없다는 듯 삼을 쨌다.


“연기가 아까보다 많아졌는가?”


‘글쎄요.’


”설마 여기까지 올랑가.”


“의성에서 난 산불이 왜 여기까지 오는데.”


”아직도 못 끄고 있는겨?”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추목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는데, 부모님 댁은 어때?’


“안 그래도 부모님이 마을회관에 대피하고 있다가 지금은 불길이 좀 잡혀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나 봐.”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상황보고 다시 연락하자.’


나는 집에 도착해 평소처럼 노트북을 들고 강 건너 카페로 향했다.

두 시간 정도 있었을까, 창밖을 보니 바람이 심상찮아 집으로 돌아가려고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서 엄청난 연기가 구름 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져 서둘러 다리를 건넜다. 안 그래도 평소에 낙동강 바람이 센데, 지금 바람은 뭐랄까, 이리저리 날뛰는 도깨비처럼 바람이 사방에서 휘몰아쳤다.


“바람이 너무 이상하게 불어.”


‘연기가 저렇게 밀려오는데, 괜찮은 걸까?’


친구와 짧게 통화를 마치고, 나는 집에 돌아와 실시간으로 울리는 재난문자와 속보들을 확인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오후 5시, 하늘로 솟구치는 거대한 연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양의 연기가 밀려와서 더 이상 집안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강 건너에 있는 산에서 작은 불꽃이라도 보이면 바로 대피할 생각에 밖으로 뛰어나왔다. 아파트 단지 안에 몇몇의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은 대피를 해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어 우왕좌왕했다.


당장은 불꽃이 보이지 않지만 아까보다 바람이 더 심하게 불었다. 이 정도 바람이면 산불이 급속도로 번질 것이기에,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배낭하나에 다급히 짐을 쌌다.


안동 집에는 가구나 물건들이 거의 없어서 챙길 게 옷가지와 책, 노트북뿐이었다.


“루화님, 거기는 어때요?”

몇년 전부터 관계를 맺어 온 안동에 사는 작가님에게 연락이 왔다.


’여기는 연기가 엄청나요, 시내까지 이렇게 연기가 밀려오네요. 작가님 있는 터미널 쪽은 어때요?’


”여기도 연기가 심해요. 그런데 강 건너로 불이 조금씩 보이고 있어요.”


’네?? 불이 보인다고요? 그럼 얼른 대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 마을분들은 대피할 생각이 없어 보여요.”


’그래도 불이 보이면 우선 대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제 차로 저랑 같이 서울로 이동하실래요?”


그때, 재난문자가 울렸다.

(대피명령 발령) 관내 산불 안동대학교 주변으로 확산 중, 안동대학교 학생 및 주변 시민분들은 지금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 바랍니다. (안동시)


’안동대면 여기랑 가까운데, 저도 대피해야 될 것 같아요.’


”같이 이동해요. 루화님이 이쪽으로 오시는 동안 저는 얼른 짐 챙겨서 차로 이동할게요.”


’네, 그럼 저도 얼른 터미널쪽으로 갈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그 길로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해가 저물어 연기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더욱 심해진 메케한 냄새에 코와 입을 막고 길을 건너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캐리어와 배낭을 잔뜩 짊어진 안동대학교 학생들로 꽉 차있었다.


30분 정도를 달려 터미널에 다다라 작가님을 만났다. 차 안에는 작업재료들이 가득 실려있었다.


“하나라도 더 챙겨보려 했는데 이게 최선이네요.”


‘국도에도 불이 붙었다는데 우리 어디로 빠져나가야 될까요?’


“아직 통행이 가능한 도로를 친구가 알려줬어요. 거기로 나가보죠.”


‘네, 우선 여길 벗어나요.’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실시간 뉴스를 확인했다.

거센 불길을 앞세워 찍은 집과 마을 사진들, 재난을 더욱 재난처럼 보이게 하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문구를 실은 뉴스 기사와 실시간 cctv영상이 핸드폰 화면에 도배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짙은 어둠 속을 앞만 보고 달려 안동을 벗어났다.


.

.

.

.

.

.




“올해 벚꽃은 유난히 색이 진한 것 같아. 뒤의 배경이 검어서 그런가 뭔가 비현실적이야.”


그래도 꽃이 폈으니 벚꽃길 따라 걷자고 간 산책길에서 친구는 말했다.


“우리 집 앞산이 전부 다 탔어. 매일 보던 풍경인데,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때인데, 하루아침에 너무나 달라졌어. 집 앞까지 불길이 번지는데...가족을 지켜내지 못할까 봐 나 너무 무서웠어.”.


평생 살았던 집이 한순간에 없어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다. 불길에 타들어가는 집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어떻게든 집을 지키려고 온몸을 던져가며 정신없이 물을 뿌리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가슴에 품고 나오는 그 심정이 어떤건지 나는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너는 떠났어?”

‘응, 나는 떠났어.’


배낭하나 메고 터미널로 빠져나왔던 나는, 언제든 안동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