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어버이날이라면

『삼베학교』 에피소드.6

by 루화


화요일 등굣길에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지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10분 일찍 집을 나섰다.


금소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버스 610번.

버스를 한번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도착시간의 오차가 5~10분정도 있기에 항상 차 시간 보다 여유있게 나와야 한다.

서울아가씨는 이곳의 낯선 버스 시간표에 적응 중이다.


오늘도 버스엔 삼베선생님이 먼저 타 계신다.

앞 좌석에 앉은 선생님께 꾸벅 인사를 하고 비어있는 뒷 좌석에 앉는다.


오늘은 햇살이 무척 졸리다.

요란하게 달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며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새 벨을 누르는 선생님이 보인다.


선생님과 함께 금소 정류장에 내리고 여느 때처럼 반대편 버스정류장에 주차된 유모차를 가지러 길을 건넌다.

오늘에서야 유모차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유모차에는 무거운 돌이 타고 있다.


“자꾸 이렇게 기대면 안 되는데” 선생님은 유모차를 지지하던 팔을 쭉 편다.


몇 발짝 걸었을까,

“그냥 편하게 가자.” 얼마 안 가 다시 유모차에 기대 걸음을 옮기는 선생님.


선생님의 걸음 속도에 맞춰 나의 걸음을 조금 늦춘다.


‘선생님, 삼베학교 자리에 원래는 초등학교가 있었다면서요?’


“그렇다, 금소 초등학교, 아-들이 없으니까 폐교되고 전시관 지은 기라.”


아이들의 학교가 어른들의 학교가 되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라 먹을 게 많네.”


삼삼오오 교실 모여 선생님들과 아침 참을 나눠 먹는 시간이 가장 좋다.

교육이 시작되기 전, 집에서 싸 온 간식을 한 상에 펼쳐 놓고 나눠먹는 이 시간.

믹스커피, 메밀차, 둥굴레차, 각자의 취향대로 따뜻한 차를 타서 마신다.

오늘의 참은 감말랭이, 토마토, 소보로빵, 밤식빵, 완두콩빵, 포도... 먹을거리가 풍년이다.


상을 정리하고 하나 둘, 삼뚝가지를 자신 앞에 가져다 놓으면 그때부터 삼베교육이 시작된다.

바구니와 비빔대를 자신의 양 허벅지 옆에 놓고 삼을 삼기 시작한다. 두 달 동안 째 놓은 삼이 많다. 이제 부지런히 삼을 차례다.


오늘따라 선생님들의 전화벨이 바쁘게 울린다.


“어버이날이라 전화했나.”

“아이고, 그래. 고맙습니다.”


“매일이 어버이날이라면 세상에 싸울 일이 없어질 거다.”


‘왜요?’


“어버이날이라고 전화해서 안부 묻잖아, 매일 그러면 세상이 화목할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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