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안동에서의 1년

by 루화


제가 웃픈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며칠 전에 양말을 신다가

양말 한 짝 바닥에 구멍이 커다랗게 난 걸 발견했어요.


급히 나가야 되는데 하필 구멍 난 양말을 집어 들었어하면서

양말을 휙 벗어던졌죠.


그러고 나서 구멍이 안 난 말끔한 양말을 신고 집을 나섰어요.


며칠 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양말을 빨았어요.

신은 양말을 모아서 손으로 조물조물 빨아서 건조대에 널었어요.


아. 깨끗하다. 그러고 나서 학교에 가려고 양말을 신으려는데 양말이 없는 거예요.


다 빨아버렸어.

이런 바보, 오늘 신을 양말은 빼고 빨았어야지.

막 이렇게 스스로를 질책하면서 다시 찾아보자, 어디 놔둔 거 없나 하고 침실 벽장문을 열었어요.

정말 다행히 갈색 양말 한 쌍이 있는 거예요.


‘오, 나의 구세주. 살았다.’ 그러고 나서 그 양말을 신으려고 양말을 딱 폈는데,


밑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난 희끄무레한 갈색 양말.

구멍이 나서 안 신겠다고 벽장에 처박아둔 그 양말 한 쌍이 여기 있었어요.


저는 양말을 붙들고

멍하게 서 있었어요.


아마 이 모습을 누군가 봤더라면

너 양말을 붙들고 뭐 해 하며 놀려댈 정도로

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 그 양말 한 쌍을 붙들고 한참을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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