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학교』 에피소드.7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스승님께 여쭤본다.
‘스승님, 삼을 삼을 때 꼭 침을 발라야 하나요?’
“침을 발라서 훑어야 색도 노래지고 잘 붙는다. 물 묻혀서 하면 올챦다.”
삼을 삼을 때 침을 바르는 것을 ‘훑는다’라고 한다.
침을 바르는 이유는, 침에는 점성이 있어서 삼가닥을 정돈해 주고 가닥끼리 잘 붙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보다는 침으로 삼을 훑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한다. 나는 너무 찝찝한데 울며 겨자 먹기로 삼가닥을 입에 물고 침을 바른다.
삼가닥이 침에 젖어 축축하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침이 묻은 삼가닥을 만지는 게 왜 이렇게 찝찝할까? 내 침이 왜 더럽게 느껴지는 걸까?
스승님이 자신의 침을 잔뜩 바르고 나에게 해보라고 건네줬을 때는 이렇게까지 더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 때는 아마 배움의 의지가 더러움을 이긴 듯 하지만) 어쨌든 내 침인데, 다른 이의 것도 아닌 나의 침인데 너무 더럽게 느껴진다.
“침이 곧 약이다.”
어릴 때 외할머니가 내 몸이 어디가 부었거나 염증이 올라오면 침을 잔뜩 발라줬다.
그렇다. 옛날에는 침이 약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침이 약인가?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발병해 팬데믹이 왔을 때, 사람의 침은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강력한 무기였고 어떤 경우엔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그 침을 사랑하는 가족과 타인에게 옮기지 않으려고 우린 입과 코를 철저히 가렸다.
나는 내 침이 더럽다고 느껴진 그날부터 나의 일상을 관찰해 보았다.
‘내가 뭘 먹었지?’
나는 부엌 싱크대에 서서 그날 삼베학교에서 먹은 참을 떠올렸다.
믹스커피와 차 중에서 어떤 거 마실래 할 때 나는 믹스커피를 골랐다. 빵과 과일이 놓여 있을 때는 빵을 집었다.
집에 있을 때 입이 심심하면 짭조름한 과자를 즐겨 먹었다. 자극적인 것을 먹고 나면 물을 과하게 마셨다. 당연하지. 짜니까.
나는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아 보기로 하며, 집 앞에 있는 시장에 들렀다.
토마토와 블루베리. 싱싱한 과일을 골랐다. 흐르는 물에 씻어 통에 소분해 두고, 괜히 입이 심심할 때마다 토마토와 블루베리를 입에 넣었다.
이틀이 지나자 나는 자극적인 음식을 원했다. 좀 더 짜고, 좀 더 단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나는 집에 있던 초코쿠키를 입에 넣었다. 단맛이 확 올라와서 하나를 먹고 내려놓았다.
다음 날은 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라면을 끓여 먹었다. 빨간 국물이 자극적이었다. 그래서 국물은 먹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 동안 단맛과 짠맛, 싱거운 맛을 오가며 자극과 조금씩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집에서 요리를 해 먹고 있다.
주 메뉴는 토마토 야채수프.
감자, 버섯, 애호박, 브로콜리, 콩나물, 토마토를 야채육수에 푹 끓여 만든 수프를 현미밥과 함께 먹는다. 밥을 먹을 땐 야채 하나하나 ‘맛보는 입’에 집중한다.
간식으로는 시장에서 산 붉은 대추를 먹는다. 대추의 식감이 마치 젤리 같다. 베어 물면 바삭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달고, 고소하고, 쫀득한 맛의 향과 식감을 천천히 음미한다.
대추를 학교에 싸가서 선생님들과 간식으로 나눠먹는다.
“시장 가서 샀나? 맛이 좋네.”
“대추를 먹으면 잠이 잘 온다.”
대추가 선생님들 입맛에 맞는지 순식간에 선생님들 입 속으로 들어간다.
‘삼’이라는 자연을 자꾸 손으로 만지고, 입에 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몸은 외부자극을 가장 먼저 느낀다. 몸이 느끼는 반응들은 즉각적이고 감각적이다. 그래서 모른 척할 수 없다. 몸은 속일 수가 없다.
삼과 가까이하는 날들이 쌓여갈수록 내 몸이 느끼는 진실된 반응들이 곳곳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나의 일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