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학교 에피소드.23
이번 편은
잠시 숨 고르기.
안동을 처음 찾았을 때부터 안동에 집을 얻기까지
잔상처럼 떠오르는 기억들을 단편적으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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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겨울, 처음 안동을 찾았다.
안동은 눈이 잘 안 오는 지역인데 우리가 도착한 날은 온통 하얀 눈이 덮여있었다.
도산서원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무척 고요했다.
서원 아래로 펼쳐진 낙동강은 윤슬로 반짝였다.
편안할 안 동녘 동
동쪽의 편안한 곳. 안동.
그 말이 맞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안동은 참 따뜻하다고 느꼈다.
사면이 산으로 둘러싼 지형이라 그런가?
안동에 머물 때는 엄마 품에 폭 감싸인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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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안동 시내에 오래된 주공아파트를 얻었다.
바닥에 깔 이불을 가장 먼저 택배로 주문하고 옷가지와 몇 개의 짐은 캐리어에 담아 기차로 실어 날랐다.
엘리베이터 없는 3층을 계단으로 올라가니 문 앞에 큰 택배박스가 도착해 있다.
낑낑대며 집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는다.
띠리리링,
도어록의 잠금소리가 텅 비어있는 집 안을 울린다.
햇빛이 잘 드는 거실.
노란 장판.
살짝 꿉꿉한 냄새.
누군가 살다간 흔적.
베란다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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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어둠.
하얀 요 위에 침낭을 이불 삼아 덮고 하얀 광목 베개를 베고 누웠다.
좀만 버티면 봄이 오니 겨울 이불을 따로 사기 좀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챙겨 온 겨울용 침낭이다.
춥다.
누에고치처럼 몸이 침낭에 폭 감싸이니 어둠이 무섭지 않다.
밖에서 은은한 빛이 들어온다.
완전히 어둡지 않다.
이날 밤 평생 두려웠던 어둠이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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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햇살에 눈을 떴다.
눈을 뜨고 첫마디가 아, 따뜻하다.
나는 잠시 가만히 그렇게 누워 아침을 맞이했다.
생애 처음으로 편안하게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