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돈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by selves

돈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치 교환의 수단이다.

과거에 돈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생존을 위한 먹을 것과 무리를 보호할 힘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농사를 짓고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서로 필요한 것을 교환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돈이라는 수단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제 돈은 단순한 교환 수단을 넘어 인간의 모든 가치 활동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오늘날 우리는 돈 없이 무엇 하나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게 돈은 인간의 욕망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돈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문제는 양극단에 있다.

첫 번째 극단은 돈의 중요성을 부정하며 도덕적 우월감 뒤로 숨는 것이다. 누구나 돈을 갈망하지만 돈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마음은 돈을 밝히는 것을 천하게 여기는 전통적 도덕관념과 충돌한다. 오랫동안 부자는 탐욕스럽고 성격이 나쁜 사람으로 상징되었고 돈은 정신적 가치보다 낮은 하위 가치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우리는 돈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돈은 삶에 반드시 필요하다. 속세를 떠난 종교인조차 돈의 굴레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돈은 필수적이다. 적절한 양의 돈이 있어야 인간의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고 나머지 삶도 안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나는 마음공부와 독서를 즐기지만 여전히 나에게도 돈은 중요하다. 물론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은 고통과 결핍 속에서 진리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당장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독서를 하며 내적 성찰을 할 여유가 없다. 돈이 충분해야만 공부가 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이 있어야 마음의 여유와 선택권이 생긴다는 의미다.


물론 불안정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이라는 버팀목이 필요하다. 돈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다.


두 번째 극단은 타인의 기준으로 돈을 추구하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냉정하게 마주해야 할 사실은 사람들의 경제적 출발선이 다르고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남들과 같은 수준의 삶을 유일한 목표로 삼는 순간, 벗어나기 어려운 불행이 시작된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는 건강하다. 하지만 타인의 화려한 삶을 막연히 복제하려 애쓰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소진시키는 일일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집 한 채가 주는 안온함이 충분한 만족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더 큰 자산이 동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나의 필요’가 아닌 ‘남들만큼’이라는 생각이다. 그 순간 우리는 자기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할뿐더러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끝나지 않는 허망한 경주에 뛰어들게 된다.


이 경주 속에서 돈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질된다. 돈은 원래 가치를 교환하기 위한 도구였는데 어느새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돈만 바라보다 끝나는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작 중요한 다른 가치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이러한 경쟁과 비교심이 심리적으로 강화되는 이유는 돈 자체의 특성보다는 인간 심리가 만들어낸 독특한 현상에 있다. 돈은 내 손에 있을 때는 작아 보이고 남의 손에 있을 때는 커 보인다. 떠날 때는 커 보이고 들어올 때는 작아 보인다.


이 '매직'의 실체는 바로 인간의 투사된 욕망이다. 아무리 큰 금액도 내 욕망에 비하면 부족해 보이고 아무리 작은 금액도 타인의 소유가 되면 질투의 대상이 된다. 결국 우리가 흔들리는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우리의 마음인 셈이다.


결국 돈을 부정할 필요도,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추구할 필요도 없다. 그저 삶에 필요한 도구로서 긍정하고 감사하되, 내 기준에 필요한 만큼을 확보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이 담긴 도덕관념이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는 매일 질문한다.

"이것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인가?"


이 짧은 질문이 타인의 시선에 가려졌던 나의 진정한 욕구를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남들이 세워둔 기준이 아닌,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선을 찾아가는 과정. 그 속에 비로소 진짜 '나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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