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가얏고 VS 넌 내게 반했어

국악의 정통성과 대중화

by 국화향기

1992년 가을.

나는 무엇에 홀린 듯 문화원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어떤 경로로 문화원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가야금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당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카세트테이프 멈춤 뒤에 이어지는 정적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 ‘무엇에 홀린’이란 표현을 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가 가야금이라니!!

그날을 계기로 난 아직도 가야금을 내 삶에서 떼어 놓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은 내 관심 분야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악 관련 드라마, 가야금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특히 흥미 있게 지켜보는 편이다. 때로는 조금 아는 지식이 드라마 내용의 몰입에 방해를 주기도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국악 정통성에 대한 고민-춤추는 가얏고(1990)

그저 오연수는 참 예뻤고 고두심은 참 고집스러웠다.

당시 그 드라마를 보고 느낀 국악에 대한 감정은 “just”가 아니라 “must” 쪽에 더 가까웠다. 그건 흡사 사랑의 이유에 대해 “그냥”이라는 무조건의 원칙을 무시한 채, 연인의 구애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사랑해야 할 것 같아서...”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년 후 나는 가야금을 배우기 위해 문화원 언덕길 오르게 된다.

예술만큼은 스승에게도 양보할 이유가 없단다. 그저 가야금을 딱 붙들면 아무 생각말어.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정음이 열리고 그래야 혼이 줄에 떨어지는 것이야

- 죽사가 미현에게 하는 대사 中에서 -

그까짓 무식꾼 몇이 떠든다고 젓대(대금)를 꺾다니요. 그러면 당신은 여태 남 들으라고 광대 짓을 하는 것이요.
우리가 들어줄 사람을 기다리듯 들려줄 사람을 기다릴 것이여...

- 죽사가 유당에게 하는 대사 中에서 -


무언가에 이끌려 처음 가야금을 접하게 되었지만,

그 이끌림의 시작은 “그냥”이었다.

그래서일까? 처음에는 드라마에 집중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만난 남자가 서로를 알아가기도 전에 자신의 진심을 봐달라고 애원하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한 예술인의 삶을 먼저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실제로 드라마 속 죽사는 “함동정월”이라는 가야금 명인의 삶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런 후에 국악의 정통성 계승이나 예술의 가치와 진정성을 논한다면 조금 쉽고 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각이 들었다.

죽사의 딸 미향도 결국 오랜 마음의 갈등 후에 예술인으로서 엄마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드라마 속 죽사 역할의 고두심 배우

국악의 대중화에 나선-넌 내게 반했어 (2011)


역시 박신혜는 예뻤고, 정용화는 멋있었다. 거기다가 로맨스의 심쿵은 덤이다.


이 드라마의 접근 방식은 국악을 앞세우기보다 이야기 사이 사이에 국악의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물론 주인공인 규원의 국악계 거장 할아버지는 “춤추는 가얏고”에서처럼 국악의 정통성 고수에 대해 고집스럽다. 그러나 그 진지함이 지나치지 않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밴드 음악과도 손을 잡으려 시도한다.

때로는 대결 구도로 국악 자체의 매력을 보여 주기도 하고 합주로 국악과 대중음악의 어울림에 대한 가능성을 어필하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다보니 너무 다를 것 같은 국악과 밴드 음악은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음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들어줄 사람을 기다리듯 들려줄 사람을 기다릴 것이여...

들어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들 속에서 함께 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규원은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우리 음악을 사랑하지만 결코 배타적이지 않다.


20년 세월간의 간극 차이와 국악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드라마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밴드와 국악의 합주 모습

마지막으로 그동안 국악 대중화를 통해 드라마 속에 쓰인 국악 OST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황진이 (2006) - “꽃날”

추노(2010) - “비익련리”

육룡의 나르샤 (2015) - “하날히 달애시니”

구름이 그린 달빛 (2106) - “별후광음”, “두번째 달”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2017) -“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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