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기다린 그 철이 드디어 왔다. 바로 새우철! 비록 아직까지 미적지근하게 남은 뜨듯한 여름 기운이 마음속에 간간이 찜찜함을 만들지만, 그래도 마침내 기다렸던 9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것이 바로 새우로 만드는 밥도둑 <깐 새우장>이렷다.
선선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기 시작하면 남들은 제철 꽃게들 사다 열심히 게장 만들어 쟁이지만, 그 엄청난 판을 벌리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아 우리 집서는 연신 새우만 사들인다. 바닷배가 불러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바다가 내어준 선물 덕에 사르르 마음이 풀어지고 마니까. 새우장 후루룩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곧 짭조름하고 탱글한 맛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바다의 선물이 맞다.
새우 머리와 껍질을 벗기고 이쑤시개를 활용해 등 쪽의 내장을 제거한다. 이쑤시개 끝에 쪼옥하고 딸려 나오는 내장을 쭉 뽑아 더 산뜻한 맛을 만드는 동시에, 혹시나 이 초가을 날씨에 상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함께 불식시켜 버린다. 그다음 냄비에 물, 간장, 설탕, 통마늘, 편생강, 꽈리고추 등을 넣고 양념물을 끓인다. 중약불에서 보글보글, 바닷물보다 더 맛있는 입에 착 감기는 양념 간장을 만들어 새우를 재우기 위해.
끓어오른 양념 간장은 차분히 식혀주고, 적당한 깊이감의 그릇에 손질한 새우를 쪼로록 도열한 다음 그 위에 자박하게 붓는다. 약간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사이 새우가 상하지 않도록 국물 속에 폭 잠길 만큼 양념 간장을 넉넉하게 덮어준다. 그리고 냉장고에 넣어 기다리기만 하면 끝.
요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는 약 3시간가량, 아주 고행의 재미가 있다. 당장 만들어 당장 맛있는 밥반찬들과 달리 재워두는 시간이 필요한 새우장은, 익어가는 동안 괜스레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만 같다.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TV에서 흘러나오는 흐물텅한 내용들도 다 한 귀에서 한 귀로 흘러가나니. 아, 냉장고 열자마자 꺼내먹을 수 있도록 야밤에 만들 것을 그랬네!
그렇게 점심에 만들어 둔 새우장이 저녁 반찬이 되는데, 역시나 한 공기 뚝딱. 또 다른 메인 요리나 반찬도 필요 없이 그냥 밥에 얹어만 먹어도 정말 맛있다. 탱글함이 살아있는 짭짤한 새우살은 더더더 달큰하다.
그냥 흰 밥에 새우장 옆에 내어 곁들여도 맛있는데, 밥 위에 쪼르륵 얹은 다음 국물 한두 바퀴 휘휘 끼얹고 계란노른자 올려 툭툭 비벼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밥과 따로 노는 투둑투둑 재밌는 새우 식감 덕분에 씹어먹는 재미가 넘치는 덮밥이 뚝딱 완성된다. 가을이 오면 꼭 먹어줘야 하는 요물, <깐 새우장>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재워 먹는 재미, '깐 새우장' 재료
주재료
새우 6-8마리(180g)
부재료
꽈리고추 2개(10g)
홍고추 1/4개(5g)
편생강 1개(3g)
통마늘 2개(10g)
양념
물 1컵(200mL)
새미네부엌 진간장 1/2컵(100g)
설탕 3.5스푼(35g)
✅재워 먹는 재미, '깐 새우장' 만들기
1. 머리와 껍질을 제거한 새우는 이쑤시개를 이용해 등 쪽의 내장을 제거해요.
2. 냄비에 물, 간장, 설탕, 고추, 생강, 마늘을 넣고 중약불에서 끓이고 한 번 끓어오르면 불을 꺼요.
3. 간장 양념을 용기에 담아 얼음물에 담긴 볼에 올려 식혀요.
4. 양념간장의 열기가 빠지면 새우가 충분히 잠기도록 붓고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서 숙성해요.
TIP) 양념간장을 붓고 약 3시간 뒤쯤 먹어요. 약 2주 간 보관할 수 있지만 빨리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