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바람 끝은 매섭고 해는 낮게 걸려 있다. 달력 상으로는 분명 찬 겨울인데 시장 채소 가판 한쪽엔 봄동이 천지다. 특이하게도 이름에 ‘봄’이 들어가 있지만 봄동의 진짜 제철은 겨울의 한 자락, 바로 지금. 주로 1~3월에 수확해 먹는 봄동은 특히 설 전후로 달큼한 맛이 들어차는데, 이 시기를 잊고 있다가 놓쳐버리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한데 이 달의 봄동 맛을 이미 알고 있다면 놓칠 수가 없는 것이 인지상정.
겨울을 온몸으로 버텨낸 봄동은 잎이 단단하고 속이 꽉 차 있다. 찬 기운을 머금은 채 천천히 자라서인지 단맛이 또렷하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도래한 봄기운이 묻은 봄동보다 지금 먹는 봄동이 더 맛있다고들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직 추위가 남아 있을 때 먹어야, 진짜(?) 봄동을 만날 수 있나니.
이 봄동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은 의외로 아주 단순하다. 화려한 양념도, 복잡한 손질도 필요 없다. 살짝 데쳐 숨만 죽이고, 물기를 꼭 짠 뒤 된장(토장)으로만 살살 무쳐 먹는 것. 된장(토장)은 튀지 않게, 봄동의 맛을 마스킹하지 않게, 그저 구수함을 덧입히는 정도면 충분하다. 거기에 요리에센스 연두, 참기름, 깨를 톡톡. 양념은 손끝에서 금세 멈춘다.
이렇게 무쳐낸 봄동은 첫 입부터 다르다. 아삭하면서도 질기지 않고, 된장의 깊은 맛 뒤로 겨울 채소 특유의 단맛이 천천히 올라온다. 짜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은 딱 좋은 <봄동 된장무침>. 밥이 있으면 밥도둑, 밥이 없어도 계속 집어먹게 되는 맛이다. ‘꿀맛’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은 온전한 맛.
점차 끝으로 치닫는 겨울은 늘 애매하다. 아직 패딩을 벗기엔 이르고, 그렇다고 완전한 겨울 음식만 고집하기도 어렵다. 그 경계에서 '봄동 된장무침'의 자리는 항상 온전하다. 겨울의 깊이를 품고 있으면서도, 곧 다가올 따뜻한 계절을 슬쩍 예고하는 맛. 그래서 지금 먹어야만 하는 그런 맛.
짧은 제철, 그만큼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봄동의 맛. 심플한 양념에 살짝 버무려 입안 가득 아삭함과 구수함을 채워주는 요리가 정말 좋다. 계절을 놓치지 않고 손끝의 감각이 만들어 주는, 차디찬 와중에 기특한 것.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이 담긴 가장 맛있는 지금, <봄동 된장무침>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지금 가장 온전한 맛, '봄동 된장무침' 재료
봄동 1개 (200g)
토장 1스푼 (10g)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 (10g)
참기름 1스푼 (10g)
깨 1스푼 (5g)
물 2L
✅지금 가장 온전한 맛, '봄동 된장무침' 만들기
1. 봄동은 반으로 접어 밑동(고갱) 부분을 잘라내고, 한 장씩 떼어 흐르는 물에 여러 번 깨끗이 씻어요.
2. 봄동 겉면의 큰 잎은 2~3cm 크기로 썰고, 작은 속 잎(노란 잎)은 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요.
3. 냄비에 물(2L)을 붓고 센 불에 끓인 후 물이 끓어오르면 손질한 봄동을 넣고 30초 정도 데쳐요.
4. 데친 봄동은 바로 건져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꾹 눌러 짜줍니다.
5. 볼에 양념 재료를 넣고 잘 섞은 후 데친 봄동을 넣어 손으로 조물조물 가볍게 무쳐주면 완성!
TIP) 같은 양념으로 얼갈이, 알배추 등 다른 재료를 활용해 무쳐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