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맛이란 대개 국과 찌개처럼 뜨겁고 묵직하지만, 가끔은 정반대의 것이 마음을 붙잡는다. 한겨울에 만나는 초록 같은, 마음을 동하게 해주는 식재료가 있을 때 더욱 그렇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단단하고 달아지는 제철 시금치로 만드는 페스토. 상상만으로도 생기를 꽉 채워주는 그 열렬한 녹빛에 그저 압도당한다.
맛이 차오른 겨울 시금치. 찬 기운을 견디기 위해 잎에 당을 축적하면서 특유의 풋내는 줄고,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이 듬뿍 배어난다. 그래서 겨울 시금치는 데쳐 무치지 않아도, 굳이 많은 양념을 하지 않아도 재료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이 생긴다. 그리하여 고점일대로 고점인 겨울 시금치의 맛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페스토’ 만들기를 꺼내 들고야 마는데.
영양적으로도 시금치에는 비타민 A와 C, K가 풍부하고 엽산이 많아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에 도움이 된다. 날것으로 갈아먹는 페스토는 열에 약한 비타민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기도(소량이라도 옥살산이 걱정된다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쓰면 된다). 다만 무칠 때 그냥 먹어왔던 뿌리는 제거해 주고, 세척할 때 묻은 물기 역시 충분히 제거해 줘야 페스토의 맛이 산다.
믹서에 시금치를 넣는 순간 그 여리여리한 겨울의 초록이 왕- 소리도 낸다. 칼날이 회전하며 바실바실 잎을 부수고, 올리브오일이 천천히 스며들어 초록은 더 짙어지고 향은 차분해진다. 이때 약간의 바질을 함께 넣어주면, 시금치의 담백함을 뒤에서 척 받쳐준다. 거기에 구운 견과류와 치즈가루까지 들어가면 풍미마저 아주 근사해진다. 완성된 페스토는 파스타에 한 숟갈 섞어도 좋고, 샐러드로 먹거나 구운 감자, 혹은 따뜻한 빵 위에 살짝 올려 즐겨도 뿌듯한 맛이 난다.
시금치 페스토에는 여름의 경쾌함 대신, 겨울 특유의 낮은 온도와 깊은 호흡이 들어있다. 입에 넣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강한 자극이 아니라, 겨울 채소 특유의 밀도 있는 맛. 차가운 계절을 견뎌나가는 잎채소가 가진 힘, 입에 넣자마자 분명한 맛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초록 페스토.
겨우내 몸을 데우고 배를 채우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색과 향은 뒤로 밀려버린다. 그 흐름을 살짝 비틀어 겨울 식탁에 다른 리듬을 만들어 주는 요리. 냉장고 안에서 작은 동산처럼 머물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싱그러움이란 더없이 아름답다. <시금치 페스토>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초록은 동색(冬色)이라, '시금치 페스토' 재료토'(冬色)이라, '시금치 페스토'
시금치 4줌 (200g)
바질 10잎 (10g)
올리브유 1/2컵 (100g)
요리에센스 연두순 1.5스푼 (15g)
구운 아몬드 20알 (20g)
파마산 치즈가루 6스푼 (30g)
✅초록은 동색(冬色)이라, '시금치 페스토' 만들기
1. 시금치는 뿌리를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3~4번 꼼꼼히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빼요. 바질도 깨끗하게 세척해 두고 페스토 재료들을 모두 준비해요.
2. 믹서에 시금치, 바질, 구운 아몬드, 파마산 치즈가루를 넣고 연두순, 올리브유를 넣어 한 번에 갈아요.
3. 완성된 시금치 바질페스토는 빵에 발라 먹거나, 샐러드에 뿌리거나, 크림파스타 & 콜드파스타 마지막에 넣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어요.
TIP) 페스토를 위한 시금치로는 섬초, 포항초 등의 명칭으로 판매되는 겨울철 시금치를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