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 애호박 와플전
모양을 바꾸면 더 잘 먹어요
"맨날 똑같은 맛이야." 노맛이라는 소리다. 볼멘소리로 밥상 타박인 어린이를 앞에 두고 '그냥 먹어라' 아무렇지 않은 듯 맞장구쳤지만, 음, 매번 똑같은 양념에 비슷한 반찬들 내어주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닌지라, 씩씩했던 목소리와 달리 스멀스멀 마음속에 미안함이 퍼진다. 맨날 똑같다고? 그렇다면 오늘은 이거다!
아이를 낳고도 이유식을 전부 만들 재간이 없어 사다 먹이기 일쑤였다. 요리란 건 뻔질나게 부엌을 드나드는 엄마가 전담하는, 그저 그런 집안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당연한건가. 시어른에 애들까지 여섯 식구 삼시 세 끼에 허리가 휘는 엄마를 도우러 부엌에 발 들이면, 솥뚜껑 운전 미리 해봐야 결혼하고 고생만 한다고 손사래를 치던 우리 엄마. 진즉 엄마 손맛 배워뒀으면, 진즉 엄마 반찬 배워뒀으면, 그래도 건강하라고 꼬박꼬박 해 먹이는 어린이 반찬 정도는 껌이었을 텐데. 물론 후회는 항상 늦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반찬들, 소시지, 돈가스, 어묵류 말고, 제철 채소를 때려 넣고 끓이는 된장국이라던가, 볶아낸 채소볶음, 구워낸 채소구이들은 매번 간이 똑같다. 책이나 인터넷으로 배운 레시피로 요리 초보가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계량'이니까. 그러니까 이 정도 양에 눈대중으로 알맞은 장류를 휘뚜루막뚜루 둘러 넣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 손맛 내기가 어렵다는 건, 요리에 익숙해질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어렵다는 말과 같다. 그렇게 매번 계량을 지키느라 응용까지는 아직도 멀었다. 그럼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볼까?
딱딱하지 않은 초록이 채소. 속은 노랗지만, 껍질은 분명 연둣빛으로 탐스러우니, 내 맘대로 초록이 채소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애호박이다. 말캉한 식감에 크리미 한 질감, 익히면 어떤 소스든 잘 흡수하는 애호박은 씻기도, 썰기도, 다루기도 어렵지 않아 아이에게 내주는 요리에 항상 얹어 나간다. 그 미끈한 애호박 요리는 입 속에서도 모난 구석이 없어 잘 씹히고 잘 넘어간다니, 그래! 이걸로 너 좋아하는 바삭이를 만들어 본다.
매번 같은 맛이라고 툴툴거리면, 모양을 바꿔주면 된다. 조금의 아이디어를 더해 제철 채소를 먹일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할까. 오히려 팬에 부치는 것보다 이렇게 부치는 게 더 쉽고 간단해서 엄마도 더 좋은걸. 비 내리는 날에도 딱 들어맞는 오늘의 요리, 애호박 와플전이다!
뭐든지 부쳐먹고 눌러먹는, 한국인들이 세계 1등으로 잘 응용한다는 와플팬을 꺼냈다. 와플팬은 열이 고르게 전도되고 모양새에 따라 바삭한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이 섞여있어, 눌러놨다 꺼내면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다. 그 안에 뭐가 들었든 아주 맛있을걸? 문득 드는 생각에 혼자 웃고 만다.
"안에 뭐가 들었게?" 간장 쪼로록, 참기름도 쪼록. 양념장 찍어 와구와구 먹는 애한테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 겉모양만 보고는 그치, 모르겠지? 만든 사람만 껄껄 웃고 넘어가는 겉바속촉 애호박 와플전 만들기,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참고.
✅애호박 와플전 재료
애호박 1/2개(150g)
밀가루(중력분) 4스푼(40g)
달걀 1개(60g)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포도씨유 4스푼(40g)
✅애호박 와플전 만들기
1. 애호박을 채 썬 후 연두순 1스푼과 버무려 5분 재운다.
2. 1에 달걀과 밀가루를 넣고 고루 섞는다.
3. 예열된 와플팬에 포도씨유를 고르 바르고, 반죽을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5분간 구워주면 완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