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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Oct 13. 2023

너를 위한 나의 설렘, 프렌치 어니언수프!

핸드메이드로 만드는 인스턴트(?), 양파수프 요리

프렌치 어니언수프. 한국말로는 '프랑스식 양파국물' 정도 될까?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여간한 띵작이다. 녹진한 루(roux) 베이스의 수프들과는 달리, 갈색 국물에 양파 덩어리가 녹아든 모양새로, 처음 접했을 때는 분명 입에 대기 싫은 비주얼이라고 생각했는데! 딱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고소하고 달달하고 감칠맛까지 풍부해 깜짝 놀라고 만다. 떠먹는 즉시 향만 솔~남기고 목구멍 어딘가로 스르륵 사라지는 느낌. 보기 좋아야 먹기도 좋다는 옛말과는 좀 다른 음식이라 좀 다른 기분.


양파와 미리 고아둔 소 또는 닭 스톡을 넣어 만드는 양파수프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프랑스식'을 그 앞에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수영장에 다니는 우리 집 꼬맹이는 수영을 다녀오는 날이면 “프렌치 어니언수프를 달라!”라고 성화를 부리는데, 프렌치 어니언수프. 그 이름의 뜻도 분위기(?)도 모르는 애송이 주제에 스스로 프렌치 어니언수프를 발음할 때의 제 허세를 즐기는 것만 같다. 그래, 프렌치를 수식어로 쓸 수 있는 요리들을 보자면 거진 비슷하다. 내 머릿속 상상이 만들어 낸 로망 덕분인지, 발음에서 오는 찰진 매력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환절기 감기철을 맞아 수영 후에 체온 조절이 힘든 아이를 위해 인스턴트 양파수프를 잔뜩 쟁였다. 이건 마치 엄마가 건네는 소소한 응원이랄까, 점점 추워지는 와중에 굳이 수영을 다니겠다고 고집부리는 애를 위한 노오력이랄까. 찬장에서 컵수프를 꺼내 무심하고 정량하게 뜨거운 물을 붓는다. 하얗게 올라오는 고소한 냄새와 갈색 알알이 양파 토핑이 매력적인 인스턴트. 이걸로 엄마의 역할을 또 해보다 문득, 직접 만든 다갈색의 양파수프에는 어떤 반응일지가 궁금해지는 저녁.



반전이 있는 채소, 양파는 생 것에서 느껴지는 매운 기운을 요리로 단박에 바꿔버릴 수 있는데, 열을 가하면 특유의 최루 성분은 사라지고 아득한 단맛과 감칠맛만 남는다. 특히 오래 볶다 보면 '카라멜라이징' 과정을 통해 진한 갈색을 띠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양파의 단맛(무려 설탕의 50배 이상)과 감칠맛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다음 스톡을 넣고 묵직하게 끓인 후 치즈라던가 좋아하는 딱딱이 빵, 크루통 등을 얹으면 끝.


뜨끈하게 즐기는 진한 국물요리라 해외에서는 아픈 사람들을 위한 요리로도 쓰인다고. 절절 끓는 스톡을 직접 만드는 마음을 담아, 간편하게 내 마음대로 요리에센스 연두를 넣고 국물을 만들어 본다. 그러면 양파를 볶는 대략적인 시간을 제외하고 10분 컷 완성! 이 정도면 핸드메이드지만 인스턴트(instant: 즉석에서 간편하게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 네이버 어학사전 퍼옴)가 아닐 것도 없겠는데?


하얀 국물 대신 갈색 국물 떠먹으라 아이에게 내주니, 얼굴 살풋 찡그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직접 숟가락 들고 후후 불어 입에 넣어주며, 그래 이게 진짜 양파수프인데, 맛이 어떠냐? “응! 맛있어. 국물이 졸아든 이 빵이 더 맛있어. 치즈도 들어있어? 내가 좋아하는 맛이야!” 이렇게 오늘도 아이를 위한 새로운 요리 완성이다. 먹는 이에게 맛있어를 듣고야 마는 새 요리. 도전하는 내내 다른 이를 위해 가슴 설레는 건, 역시 ‘요리’가 제일일 듯. 프랑스식 양파수프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핸드메이드 인스턴트? 양파수프!' 재료

주재료

양파 1.5개(300g)


부재료(대체가능)

그라노파다노치즈 약간

빵(바게트) 약간


양념

포도씨유 1스푼(10g)

연두순 2스푼(20g)

물 2.5컵(500mL)


✅'핸드메이드 인스턴트? 양파수프!' 만들기

1. 센 불로 예열한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채 썬 양파를 5분간 볶는다. 양파가 숨이 죽으면 중불로 낮춰 갈색이 날 때까지 볶는다.

2. 볶은 양파에 물과 요리에센스 연두를 넣고 10분간 뭉근하게 끓인다.

3. 빵과 치즈를 올려 전자레인지에 2분간 돌려주면 완성!


TIP. 양파를 볶을 때 약간의 버터를 넣어 볶으면 풍미가 더욱 좋다.

TIP. 그라노파다노 치즈 대신 콜리플라워를 갈아 넣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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