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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Nov 17. 2023

1년에 딱 하루, '집 수육' 만드는 김장날

김장날엔 김장김치도 바로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해

김장이 돌아왔다. 해마다 때마다 돌아오는 김장철이 다시 왔다는 건, '집에서 만드는 수육의 날'이 돌아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기 사다 손질해 오래도록 끓이기까지, 수고로움이 절정에 닿는 수육을 집에서 하는 날이란 단연 김장하는 날일 수밖에 없다. 1년에 딱 하루. 겹겹의 고생이 다 끝나고 차려지는 오늘의 공로 치하용 잔치상! 그 수육의 맛을 잊지 못해 김장을 피하지 않는다!(?)



예전, 어린애가 뱃속에 들었을 때 친정엄마는 곧잘 요리해 신혼집에 날라다 주셨는데, 딱 하나 못 만들어 준다고 했던 요리가 있다. 바로 김장김치다. 생각만으로도 압도되는 김장이라는 작업은 정말 1년에 딱 하루 김장날에만 가능하다는 설명을 황급히 덧붙이던 우리 엄마. 갑자기 김장김치가 먹고 싶다는 딸에게 수화기 너머의 엄마는 또 바쁘게 말했다. 칼국수집에 가서 겉절이를 먹어보라고. 그 맛이 제일 비슷하지 않겠냐고. 아~니? 엄마 말과는 다르게 전혀 비슷하지 않아! 결국 임신한 딸에게도 못해주는 요리, 그게 바로 김장의 위엄이다.


어렸을 땐 김장날이 되면 혹여나 우리 엄마 허리가 아플까, 고사리손 호호 불어가며 절인 배추를 날랐다. 속 버무리 담당들이 끼고 있던 고무장갑에 빨간 물이 드는 걸 보고 내 손에도 고춧물이 들까 무서워, 속 넣는 작업 대신 소금물 먹은 배추만 연신 날랐다. 물기 쭉 짜 소쿠리에 차곡차곡 담고 빨간 다라이 옆에 내려놓으면 허리 펼 새도 없이 또 배추가 필요하다, 어른들이 성화였다. 그렇게 내 허리도 아프고 반복 작업도 지겨워질 때쯤이면 절인 배추잎에 속 올리고 돌돌돌 말아 내 입에 쏙 넣어주던 김치, 아니 겉절이? 생김치!


너무 맛있었다. 액젓향이 살짝 나는 강렬한 매운맛, 짠맛, 단맛. 그 맛은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난다. 잊히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길 가다가 불쑥, 팝업처럼 떠오른다. 맛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듯 머릿속에 들어있다가 그날의 기분, 그날의 날씨와 버무려져 입 속에 퍼지는 착각이 드는 것. 찬바람 부는 가을, 겨울이면 불쑥 떠오르는 생김치(?)의 맛이 그리워지는 날이 꼭 있다.

 


아직도 김장김치는 친정 손을 탄다. 혼자 할 재간이 없어 친정 김장날을 미리 받아두었다 담그러 간다. 고사리손 보태는 어린이가 아니라서 이제는 좀 도움이 되려나? 아침부터 바지런히 문지방을 넘어 들어가면 벌써부터 폴폴 고기 삶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토장을 듬뿍 넣어 부글부글 끓이는 고기 물향이 온 집 안에 퍼지는 중이다.


고기를 벌써부터 삶고 있데? 좋으면서 괜스레 타박하면, 네가 점심때부터 먹잖아, 대꾸하는 우리 엄마. 시집을 갔어도 내 취향 다 꿰고 있는 친정엄마 옆에 살아서 좋고, 김장날 핑계로 엄마집에 와서 더 좋고. 돌돌 말아 입에 생김치 넣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또 좋고, 댓바람부터 고기 썰어 나눠서 더 좋다.


어쩌면 1년 먹을 김치 담그는 이 날이 엄마한테도 좋은 날이 아닐까 착각해 본다. 다들 입에 넣고 좋다 하는 수육을 김장날 아침부터 삶아내는 그 정성은, 김장김치와 수육이 식궁합이 잘 맞아서가 아니라, 돕겠다고 다 같이 모인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는 모양새가 좋아서. 김장이며 수육을 핑계로 가족들 다 모여들 수 있어서.


1년에 한 번 수육 삶는 우리 집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맛 추억이 또 쌓였다. 김장하는 날, 빠질 수 없는 수육 만드는 자세한 방법은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1년에 딱 한 번, '집수육' 재료

주재료

통삼겹살 1덩이(600g)

생강 1/2개(5g)

마늘 10개(50g)

양파 1/2개(100g)

대파 2개(80g)


부재료(대체가능)

배추 잎 3장(100g)

무 1/8개(100g)


양념

토장 4스푼(40g)

물 10컵(2L)


✅1년에 딱 한 번, '집수육' 만들기

1. 배추, 무, 양파, 대파, 생강은 큼직하게 사방 4cm 크기로 썬다.

2. 물과 된장, 마늘, 1)을 넣고 센 불로 끓인다.

3. 끓는 육수에 통삼겹살을 넣고 약 40~45분간 중불에서 삶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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