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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Nov 10. 2023

화전처럼 어여쁜, 모양 그대로 '배추전'

젓가락으로 주욱 찢어 먹어요

꽃처럼 생긴 풀(배추묶기 전에 보면 초록 꽃이 따로 없다), 배추의 시간이 돌아왔다. 11월이면 무와 함께 머릿속을 맴도는 배추. 태생부터 김치로운 한국인으로서 배추는 그야말로 친구 같은 식재료 중 하나. 한데 양념 발라 발효한 김치로만 자주 먹다 보니 제철 맞은 진짜 배추의 맛은 알랑가 몰라, 또 잊은 지 오래. 그래서 꺼내는 오늘의 요리가 바로 배추 모양 그대로 '배추전' 되시겠다.



감칠맛이 풍부하나 식감은 다소 질겨 데치거나 끓이는 요리에 주로 사용하는 것이 배추 겉잎. 단맛이 높고 수분감이 있어 생채, 무침으로 쓰기 좋은 것이 배추의 속잎이다. 또, 여름에 나는 배추는 풀, 겨자, 땅콩향 등의 강한 향미가 폴폴 나는데 비해 가을에 수확한 배추는 밤이나 고구마 같은 고소한 맛과 향이 허브향과 함께 피어오른다. 


아무생각 없이 먹는 배추에서는 정말 아무생각 없는 맛이 난다. 그.래.서. 배추요리를 앞에 두고는 배추생각을 진득하게 하면서 배추를 먹어야 한다. 그러면 진짜 배추맛이 나니까! 대부분의 음식이 그렇다. 인체의 신비, 아니 혀의 신비 혹은 뇌의 신비랄까? 참말이다.



배추는 키울 때 물이 많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자체 수분 함량이 95% 정도로 높은 편이다. 식이섬유도 풍부한데 열량이 낮아 장 건강을 생각해 그냥 삶아 먹는 사람도 더러 있다. 거기에 비타민C도 풍부해 가을~겨울철 감기 예방 등 건강을 위해 챙겨 먹기에도 좋은 고마운 채소.


배추는 짙은 녹색의 겉잎, 쨍한 노랑의 속잎이 빽빽한 것이 좋다. 뿌리 주변이 단단하고 검은 테가 없는 것, 또, 들어봤을 때 묵직하고 속이 꽉 찬 배추가 촉촉하고 맛이 좋다. 물기 오른 제철 배추는 보관할 때도 신문지 등에 싸서 수분이 새나가는 걸 방지해 주면 좋다. 서늘한 곳에 혹은 냉장고에 '세워서' 보관하면 무르지 않아 또 좋다. 미리 손질하면 금방 물러지니, 통 크게 한방에 다 쓰지 못한다면 겉부터 낱장으로 떼써야 오래간단다.



김치 말고도 겉잎 말려서 쓰기도, 쌈용으로, 된장국용으로도 자주 쓰지만, 배추의 고소함을 끌어올리려면 구워야 한다. 구우면 감칠맛과 단맛까지 배가 된다.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에 빠진 배추보다 불에 달군 것을 무조건 좋아하게 되어있다.


배추를 구워 전으로 만들 때는 밀대로 퉁퉁 무게감 있게 내리쳐 배추를 납작하게 만든다. 그럼 밀가루도 고루 묻고 반죽도 고루 묻고, 프라이팬에도 찰싹 달라붙어 여기저기 고루 익는다. 뭉친 반죽이 이따금씩 툭 씹힐 일이 없다는 말씀. 게다가 넓게 퍼져 고루 익은 배추가 꽃으로 만든 화전처럼 예쁘다.


가위로 툭툭 잘라먹기도 아까운 '배추 모양 그대로 어여쁜 배추전'. 식탁에 내놓으니 아이는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속잎 넓게 펼쳐 전 부친 모양새가 배추 같지가 않은가보다. "이건 어떻게 먹어?" "응! 이건 젓가락 양손에 들고 길게 찢어 부드러운 잎하고 단단한 줄기를 한입에 씹어 먹는 거야!" 맛있게 먹는데 무슨 규칙이 있겠냐마는 배추전을 그게 맞다. 길게 '찢어' 먹는 것이 제맛인 달큰한 제철 배추전,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화전처럼 고운, 모양 그대로 '배추전' 재료

주재료

배추 3장(100g)

(겉가루용)밀가루 4스푼(40g)

(반죽용) 밀가루 2.5컵(100g)


양념

(반죽용)물 1컵(200g)

(반죽용)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포도씨유 1스푼(10g)



✅화전처럼 고운, 모양 그대로 '배추전' 재료

1. 배춧잎을 낱장으로 떼어낸 뒤 밀대로 2-3회 두드려 펴준다.

2. 두드린 배추에 겉가루용 밀가루를 묻힌 뒤 털어낸다.

3. 볼에 반죽용 밀가루, 연두순, 물을 넣고 반죽을 만든 후 2를 넣고 골고루 묻힌다.

4. 예열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준비한 배추를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부쳐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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