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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Dec 15. 2023

겨울 추억 만들기, 우리 집표 '식빵 호떡'

집에서 만든 호떡 또한 너에게 추억이기를

길 걷는 걸음마다 홀리듯 멈춰 섰던 '겨울 간식' 기억. 호주머니 속에 조그만 손 찔러 넣고 잰걸음으로 종종 걷다가, 두 집 건너 세 집 사이 늘어선 길거리 음식들 먹는 재미가 쏠쏠했던 어린 날의 겨울이 가끔 그립다. 주머니 속 짤랑거리는 동전을 탕진(?)하며 혓바닥이 데이는 줄도 모르고, 뜨거운 국물과 진득하게 녹아 나온 설탕물을 쪽쪽거렸던 꼬맹이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다가, 문득 '요즘 애들은 이런 걸 알까?' 하고 같이 사는 딸내미를 쳐다보게 된다.


붕세권 되기가 참 어렵다는 요즘. 그 와중에도 기어코 가판을 찾아내서는, 2천 원에 겨우 붕어 3마리가 든 허연 종이 봉지를 안아드는데 따숩지가 않고 마음이 헛헛하다. 우리 꼬맹이, 제 용돈으로 붕어빵 사 먹는 재미보다 금세 휘발된 용돈이 더 아쉬우면 어쩌지? 어린이의 심정을 미리 유추해 보는 동시에 작금의 물가를 걱정해 본다.


초등학교 앞에서 장사하던 할매, 아재가 만들어주던 달고나라든가, 따끈한 컵 떡볶이, 어묵 꼬치, 기름 철판에 달궈지던 호떡은 또 어떤가. 군고구마나 군밤 장수도 코너 도는 길가마다 왕왕 있었는데! 요새는 따로 마음먹고 시장에라도 오가지 않으면 이런 길거리 음식들 굳이 찾아내 정 붙이기가 참 어렵다. 대신 삼삼오오 어울려 편의점을 방앗간 삼는다는데, 이런 상황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이 없네.


곧 초등 입학을 앞둔 아이를 보며 새삼스레 길거리 간식이 생각나는 건, 저 혼자 편의점조차 오간 적 없는 어린이이기 때문. 하교 길에 길거리 맛집(?) 들러오는 낭만을 언제 커서 알랑가. 카드 하나로 뭐든 되는 지금의 시스템만 보고 커서, 꼬깃한 낱돈 내어 사 먹고 남은 거스름돈 챙겨 용돈 관리하던 그 시절의 낭만을 알 길이 없을 듯 하다. 호떡 사 먹는 방법이라도 미리 가르쳐야 하는 건가, 그 역시 감이 없다. 아이에게 하교길의 추억이란 어떤 것이 될까나.



밀가루나 찹쌀 반죽에 설탕을 넣어 납작하게 구워내는 호떡. 어린 눈이었지만 주인장의 굽는 모습만 봐도 맛집을 구분할 수 있었다. 착착착 리드미컬한 소리와 함께 도톰한 반죽을 얇게 누르고, 앞뒷면 골고루 기름에 절절 튀기듯 구워 반으로 뚝 접은 후 종이컵에 담아주던 그 일련의 동작들. 보고 있노라면 주인아저씨는 호떡을 대체 얼마나 많이 구워본걸까 새삼 감탄했더랬다. 그야말로 길 위에서 펼치는 푸드쇼였지. 그 움직임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맛이 참 좋았다.


이쯤 생각하고 보니 아직 호떡 먹어본 적 없는 어린이를 위해 당장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까지 꼬리를 문다. 급하게 집에 있던 재료들로 호떡 만들기에 도전! 식빵과 설탕들, 약간의 견과류가 있으면 땡큐. 설탕이나 흑설탕, 견과류를 섞어 호떡 속 재료를 만들고 식빵 안에 넣은 채로 반을 접는다. 그 다음 식빵 끝을 포크 등으로 눌러 야무지게 맞붙이면 좋다. 그리고 예열 팬에 식용유 두르고 양면을 노릇하게 구워내면 끝!


반죽하는 솜씨는 없어도 맛은 얼추 사 먹는 것과 비슷하게 달달하다. "오늘은 이거 먹고, 언젠가 밖에서 호떡 파는 곳을 발견하면 비교해 보자!" 다 익은 식빵호떡을 반 갈라 호호 불어 내주니 녹아내린 까만 설탕물부터 혓바닥에 붙이고 본다. 뜨거울 텐데? 뭐, 그것도 역시 경험인지라 만류하지 않았다.


날름날름 거리며 어느새 반 개 뚝딱, 한 개 뚝딱. "이것도 맛있는데 길에서 사먹으면 더 맛있어?" 묻는 아이를 보며 그냥 웃고 말았다. 그래, 집에서 만든 첫 호떡이 맛있어서 너에게 추억이 될 수 있다면, 그냥 다 된 거지. 믹스없이 만드는 초간단 우리 집표 식빵호떡!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우리 집표 '식빵 호떡' 재료

주재료

식빵 3장(100g)

포도씨유 2스푼(20g)


호떡 속 재료

설탕 3스푼(30g)

흑설탕 1스푼(10g)

견과류 믹스 2스푼(20g)



✅우리 집표 '식빵 호떡' 만들기

1. 호떡 속 재료를 볼에 넣고 섞는다(견과류가 없다면 생략해도 괜찮다).

2. 식빵(난 또는 월남쌈)에 준비된 호떡 속 재료를 넣고 반으로 접은 후 접힌 단면을 포크로 눌러 붙인다.

3. 예열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준비한 빵을 올려 약불에서 2~3분 양면을 노릇하게 굽는다.

TIP. 아이스림과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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