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기름 후루룩 둘러 구이만 해주던 엄마가 명절이 돌아오면 넓적한 두부에 덧가루와 계란물을 발라 '두부전'을 해줬더랬다. 콩 비린내를 싫어하던 나는 두부 역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차례상에 오르는 그 전만큼은 만들자마자 홀랑홀랑 다 집어먹었다는 아주 기특한(?) 오늘의 이야기.
재료는 똑같은데 맛 차이가 확연한 두부구이와 두부전은 '계란물'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식용유와 들기름을 섞어 둘러 고소미(고소한 맛)를 더하는 우리 집 '요리 킥'과는 별개로, 두부에서 올라오는 생 콩향을 마스킹하는 동시에 특유의 깊은 맛까지 추가 장착시켜 주는 것이 바로 계란물의 마법이다. 물론 뻑뻑한 것과 부들부들한 것, 식감 면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생겨난다.
전 부치는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을 하면 무얼 봐도(?) 당연스레 침이 고이지만, 두부전 만큼 먼저 집어먹고 싶은 것이 또 없었다. 날름날름 가져다 젓가락으로 주욱- 찢어 입 속에 넣어도 혼나지 않아서였다.
늘상 조상님들 먼저 드셔야 한다, 차례 음식에 손대지 말라, 엄포를 놓던 엄마도 두부전 도둑질만큼은 눈감아주었던 기억. 콩 한 조각 먹지 않는 어린이가 얼씨구나 좋아라, 스스로 두부를 먹어서였을까? 아니, 다른 전들과 달리 준비해야 하는 식재료가 번거롭지 않아 언제든 다시 요리할 수 있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입맛에도 뜨끈하고 부드러운 데다 간간한 간장을 찍어 짭쪼름하기까지 한 두부전은 고기로 만든 그것보다 맛있었다. 안 그래도 부드러운데 계란이 물들어 더 보드라워진 두부전. 이 두부와 계란의 극상의 조합은, 만들어 낸 창조자의 궁디를 팡팡해주고 싶을 만큼 맛있다. 아, 전 부치는 방법에 두부를 적용시켜 본 요리사가 누군지 궁금할 따름!
씻은 두부의 물기를 열심히 빼도 그 가운데를 찢어보면 여전히 촉촉한 두부전. 겉은 찌그덕한데 속은 축축한, 한 판에 그 오묘하게 다른 식감까지 오밀조밀 맛있게 느껴지는 두부전. 그릇 위에 전을 올리고 양념간장을 만들어 후루룩 뿌려줘도 두부 속에 촉촉이 배어 맛있다. 조림까지 안 가도, 진하고 뿌듯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요리. 맛보장 두부전, 더 맛있게 만드는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 고기전보다 맛있는 '두부전' 재료
주재료
두부 1모(200g)
달걀 2개(110g)
밀가루(박력분) 2스푼(20g)
포도씨유 1스푼(10g)
들기름 1스푼(10g)
양념
고운 소금 약간(3g)
✅ 고기전보다 맛있는 '두부전' 만들기
1. (부침용) 두부는 두툼하게 2~3cm 두께로 잘라요.
2. 두부에 고운소금을 뿌려 5~10분 정도 밑간을 해주고 수분이 올라오면 키친타월로 표면을 살살 눌러 물기를 최대한 제거해요.
TIP. 고운소금 대신 굵은소금을 쓰면 입자가 굵어 녹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립니다.
3. 밀가루(덧가루)를 전체적으로 바른 다음 가루를 한번 털어내요.
TIP. 덧가루를 두껍게 묻히면 울퉁불퉁해지기 때문에 얇게 묻히는 것이 좋아요.
4. 계란을 체에 걸러 풀어준 후 덧가루가 묻은 두부를 담갔다가 표면에 고르게 묻도록 살살 묻혀요.
5. 예열 팬에 포도씨유&들기름을 1스푼씩 넣고 중불에서 두부를 올려요. 양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돌려가며 부치면 완성!
TIP. 들기름만 사용하면 발연점이 낮기에 거품이 나거나 쩐내가 나기도 해요. 포도씨유 등과 함께 사용해 발연점을 높여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