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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urquoise Jul 07. 2015

"중국 증시를 부탁해"

인민은행, '팍스 시니카'를 위한 '명예혁명'을 꿈꾸다.

드디어 인민은행이 허리춤 장검을 뽑아들었습니다.

중국 증감위는 인민은행이 대규모 유동성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증시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대륙은 증시도 남다르다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변동성을 보이는 최근의 사태를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중국 정부의 의지라고 볼 수 있겠죠.

요즘 우리나라 증시는 사실 디커플링이라는 단어 조차 잘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뉴욕증시 바라기'로 둘째 가라면 서럽던 한국 증시가 어느덧 비슷한 시간에 열리는 상해종합지수와 '썸'을 타기 시작했다는 건 이제 별로 신선한 뉴스도 아닙니다.

때문에 중국 당국이 증시를 '대놓고'  끌어올리겠다는 소식은, 그리스 쇼크로 가라 앉은 시장에서 환호해야 마땅한 소식일 겁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인민은행의 선언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증시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만, 제가 주목하는 첫 번째는 지방정부의 '재정 절벽'입니다.

중국 지방정부의 주요 수입원은 부동산 투잡니다. 더 정확히 말해서 토지를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존데, 올해 이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지방정부의 재정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을 원치 않겠죠. 따라서 지방정부가 투자한 상장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토지판매 수익의 저하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1년 사이, 중국 지방정부가 투자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2배나 증가했다고 하죠)

만약 증시 폭락으로 지방정부의 수익이 악화될 경우 연쇄 파산은 물론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적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중국 중앙정부에서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죠.


시진핑 국가 주석이 추진하는 개혁 드라이브도 중국 증시를 놓아줄 수 없는 요인입니다.

지금껏 이어왔던 높은 성장률을 미뤄두고서라도 부정부패와 비합리적인 '중국스러움'을 뿌리 뽑겠다는 시진핑의 의지는 현 중국 정권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이처럼 강한 개혁을 이끌어 가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평화로운 자산시장', 즉,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입니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에 개혁을 이어가겠다는 건,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 양동이에 물을 받겠다는 말보다도 공허한 외침이기 때문이죠.

시진핑 정부 입장에서는, 증시가 폭락하는 건 당연히 두고만 볼 수 없는 문제인 겁니다.

버냉키 전 FRB 의장처럼 '헬리콥터로 돈을 쏟아 붓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나름의 방식으로 시장을 부양해 온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취했던 스탠스는 지준율 인하, 금리 조정 등 은행권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이었습니다. 미국 FRB처럼 직접적으로 자금을 푸는 방식은 지방정부나 투자자들로 하여금 모럴해저드를 불러 일으킬 우려도 있을 뿐만 아니라 '버블'이 급속도로 발생할 수 있는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었죠. 더구나 달러나 엔처럼 국제적으로 기축통화의 지위를 갖췄다고 보기엔 위안화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양적완화 정책을 마음껏 펼치기에도 부담이 됐을 겁니다.

'중국 정부는 시장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 정도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강도로 일관해왔던 중국 정부가 시중 증권사에 자금을 직접 투하한다...

이는 상황이 그만큼 여의치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약한 강도의 메시지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6월 말 증시 급락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이죠. 아울러 간접 부양 방식으로 꾸준히 증시 상승을 유도했던 결과로 피할 수 없는 '버블'이 만들어진 것도 확인하게 된 겁니다.

자연스러운 조정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2차 버블을 생성하느냐

중국 정부는 또 다른 버블을 만드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버블'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주체는 누굴까요? 중국의 경우는 개인 투자자일 겁니다.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재산을 부동산이나 예금에 '쟁여 두고' 있습니다. 자본시장 자체가 선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처럼 금융자산에 돈이 쏠려 있는 게 더 이상한 거죠. 실제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증권 계좌를 하나로 제한했던 정책이 풀린 것도 최근의 일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예금에 몰린 가계 자금이 증시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용거래가 급속히 증가하고, 동네 아줌마들도 주식을 사려고 줄을 서 있다는 얘기도 솔솔 들려옵니다. 즉, 개인들의 증시 투자가 '이제서야'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현재 중국 증시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냐 하면 80%가 넘는다고 합니다. 사실상 대부분이 개인의 자금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아직도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의 자산이 부동산과 예금에 머물러 있는데, 중국 증시에서 개인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실탄 사격'은 아직 시작도 안 한 모습입니다. 즉, 중국 정부로서는 증시 상승을 위해 반드시 '모셔야'하는 고객이 개인 투자자라는 것이죠.


문제는 인민은행이 증권금융공사에 직접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자금의 용도가 증권사에서 신용거래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기사 내용. 이제 누구 눈치를 보고말고 할 여유도 없고, 버블 후유증도 나중에 생각하겠다는 식의 급박함이 느껴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중국증시에서 신용거래 비중이 높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마당에, 한 번 더 신용거래를 장려하겠다는 것은 뭐라도 좋으니 일단 증시부터 살리고 보자는 구호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좀 심할지 모르겠지만, 중국 정부가 개인 투자자에게 '호갱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니까요.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을 예견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어마어마한 인구, 자원, 생산·소비력, 거기에 샤오미처럼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기업들의 출현까지.

저 역시 이미 G2가 되어 있는 중국이 '팍스 시니카'를 구축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시간일 뿐이라고 여깁니다.

다만,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버블이 필요할 것이고, 버블 붕괴로 산업 재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고, 공황에 버금가는 패닉 상태를 극복하는 체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민은행의 직접 유동성 공급 소식은 우려 반 기대 반입니다.

"중국식 자본주의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정상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

라고 외치는 모습에서 중국 경제의 '명예혁명'을 기대해봄 직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어떤 나라도 '무한한 버블'을 끌어안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중국 정부의 끝없는 부양이 버블 붕괴 만기일을 계속 늦추고만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로 다가옵니다.


버블이 붕괴되면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것은 개인 투자 잡니다.

후강퉁이 열린 지금, 개인 투자자의 한 축에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있다는 점은 이것이 결코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되네요.

중국 증시를 부탁해

라며 내민 중국 정부의 손을, 지금 이 시점에서 그리 쉽게 덥석 잡아도 되는가 하는 두려움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를 링크하려고 하니 발행하면서 자꾸 없어져 버리네요 ㅠ.. 혹시 틀린 팩트나 오류가 있으면 댓글 적극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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