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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 Jun 29. 2024

무어의 법칙

반도체 인문학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질량이 있는 두 물체 사이의 중력은 각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의 떨어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수학적 표현으로 정립하였다. 프랑스의 화학자 안토니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는  닫힌 계의 질량은 상태 변화에 관계없이 변하지 않고 같은 값을 유지한다는 현상을 관찰하였고 이는 질량 보존의 법칙의 기반이 되었다. 이후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질량-에너지 보존 법칙으로 확장되어 열역학 제1법칙으로 발전되었다. 이처럼 법칙은 자연현상을 보고 귀납적 추론을 통해 만들어진 절대적 문장이며 불변의 진리이다.


현대 물리학의 역학의 체계를 정립한 뉴턴 (The Royal Institution)


인텔의 공동창립자 중 한 명인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페어차일드Fairchild 연구 개발 이사로 근무하던 1965년 'Electronics' 잡지사의 기고문을 요청받아 반도체에 대한 미래에 대해 적기 시작하였다. 반도체 태동기였던 당시 무어는 더 많은 연산과 더 복잡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회로의 수가 급증하는 것을 관찰하고 아래와 같은 글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반도체의 집적도는 대략 연간 2배의 비율로 증가했습니다. 확실한 건 단기적으로는 이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얼마나 증가할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10년 동안은 이 증가율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는 향후 10년 후인 1975년까지 최소 비용으로 집적 회로당 구성 요소(트랜지스터) 수가 65,000개가 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렇게 방대한 회로를 하나의 웨이퍼에 구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965년 4월 19일, 기고문 "Cramming more components onto integrated circuits"

이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교수 카버 미드Carver Mead 는 이를 무어의 법칙(Moore's Law)으로 명명하며 반도체 산업에 가장 기준이 되는 절대적 문장, 불변의 진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2년마다 반도체 집적도는 2배 증가한다. 


더 많고 빠른 연산을 위해 칩 하나에 필요한 트랜지스터Transistor의 수는 한정된 영역에서 2배씩 늘어나며 이는 점점 더 작은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작은 선폭의 회로를 반도체에 새겨 넣어야 한다. 더 작게 만들기 위한 반도체 엔지니어의 숙명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인텔이 처음으로 만든 Intel4004의 트랜지스터의 수는 2,300개 정도이지만 오늘날 맥북 pro에 들어가는 M3 Max에는 트랜지스터가 920억 개 정도가 들어간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어마어마한 증가율이며 이는 모두 무어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든무어(1929-2023), 그의 미소 뒤에는 엔지니어들의 노력에 의해 늘어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있다. (Intel)


보통 자연법칙을 보며 불변의 진리가 만들어지고 이는 변함이 없는 절대 법칙으로 굳어지지만 무어의 법칙은 조금 남다르다. 단순히 산업의 생태계의 현상을 관찰하고 만들어진 무어의 법칙은 전 세계 수많은 엔지니어들을 고통 속으로 넣으며 그 법칙이 유지되었다. 더 작은 반도체를 만들어 하나에 칩에 욱여넣기 위해 반도체 역사 안에서 모든 엔지니어가 고민을 했었다. 때로는 그냥 줄여보기도 하고, 때로는 구조를 변경하였다. 반도체 만드는 장비사들이 더 작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장비를 개발하였으며 제조사들은 더 좋은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였다. 그마저도 한계가 오니 소재사들은 새로운 물질을 들고 와서 더 작은 반도체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마치 이 법칙이 깨지지 않기 위해 이 산업에 관련된 모든 엔지니어들이 어딘가에 홀린 듯 점점 더 작게 만들고 2년 후 2배 증가가 되는 그 수를 맞추기 시작했다. 제조사들은 자연스럽게 올해 1억 개의 숫자를 새겨 넣은 반도체를 만들었다면 2년 후 2억 개를 욱여넣기 위해 마일드 스톤을 정립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기 시작했다. 한 달 전 있었던 대만의 컴퓨텍스 2024에서 인텔의 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 여러 가지 혁신을 통해 2030년에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1조 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학부 시절 이 법칙을 배울 때는 못 느꼈지만 지나고 돌이켜 본다면 전 세계 모든 전기전자 공학도들은 자연스럽게 대학 시절부터 이 법칙을 배우며 세뇌를 당하고 산업계로 진출하여 자연스럽게 그 법칙을 위한 엔지니어들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반도체 사이즈를 이제는 더 줄인다면 양자 현상으로 인한 불량이 생길 정도로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 원자 한 개를 컨트롤해야 하는 공정의 한계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정확하게 집적도는 두 배씩 증가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에 굴복하게 된다면 무어의 법칙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각 회사에서는 조금이라도 증가시키기 위해 소위 얘기하는 공돌이들이 갈려나가고 있다. 혹자들은 무어의 법칙은 죽었으며 이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마치 이 법칙이 깨지면 우리의 존재가 부정되는듯한 느낌을 준다. 지난 60년 간 이 법칙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불어넣은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수 없이 많은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존재한다면 무어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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