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꼭 대단하지만은 않다고

한 배우지망생이 말했다.

by 밀크티
“재능은 없고 하려고 하는 열정만 가득한 사람들 있잖아.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나 봐”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괜히 꿈을 찾아 떠났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 생각했다. 가진 게 없어도 꿈을 가진 반짝이는 눈동자 하나면 내가 당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꿈에 대해 사람들에게 변명을 하고 있었다. '이번엔 진짜 될 수 있었는데’, ‘딱 올해까지만 해볼 거야’ 내 모습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나는 물론, 내 주위 사람들의 기대가 무너져가는 걸 보면서 나는 정당하게 꿈을 포기할 시점을 찾고 있었다. 영화 '라라랜드' 속 대사처럼 어쩌면 내가 재능은 없으면서 가엾게도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카페 일을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면서 조금 더 방황하면서 느긋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었다. 아주 조금은 이렇게 저렇게 살다가 아주 우연하게 행운의 기회가 내게 뚝 떨어지길 기다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만큼 힘들었으면 그런 뽀록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24시간 불이 켜진 나의 일터는 일도 재밌고 사장님도 좋았고 직원들도 좋았다. 그 안락함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꿈꾸는 무직자일 때보단 훨씬 좋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배우 지망생 한 명을 만났다.


그녀는 심야에 고정으로 일하는 직원이었다. 낮에는 오디션을 보러 다녀야 했기때문이다. 사실 오디션을 보러 간다는 말은 자주 했는데 촬영을 한다는 말은 잘 듣지 못했다.


나는 괜히 그녀에게 마음이 갔다. 나보다 두 살 어린 그녀는 나와 고향이 같았다. 마치 고향 동생 같기도, 꿈 동지 같기도 했다.


한 번은 아침 7시 교대 직원이 크게 지각을 하는 바람에 그녀가 오디션을 놓친 적이 있다. 허둥지둥 직원이 오자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내가 다 눈물이 날 뻔했다.


‘어차피 떨어졌을 오디션이야’라는 위안은 없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내가 실패할 가능성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다. 모든 기회 하나하나가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 정도 착각을 하니 하긴, 아직까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가게 회식날이었다. 술을 조금씩 마신 우리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떠들고 있었다. 반갑게도 그날은 그녀가 한 영화에서 작은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살해당하는 여자역이었다. 우리는 의무적이기도, 또한 진심이기도 한 말로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건넸다.


그에 대한 그녀의 화답은 의외였다.


“글쎄요, 저는 대단한 연기자가 안 돼도 괜찮아요. 30대 되면 아줌마 연기하고, 60대 되면 할머니 연기하고 그렇게 살면 돼요.”


그날 회식을 마지막으로 나는 일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역시나 나에겐 뽀록은 없었고, 역시나 나는 꿈을 이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작은 배역에도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그녀처럼 나도 작은 회사에서 내 꿈을 이뤘다.


그 이후로 한 번도 따로 그녀와 연락한 적은 없지만 영화 ‘라라랜드’를 보면서 참 많이 생각났다. 주책 맞게도 그녀 생각에 눈물을 더 흘리기도 한 것 같다.


꿈이 꼭 대단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 말투, 분위기가 아직도 선명히 떠오른다. 그렇지만 그녀는 대단한 꿈을 이뤄낼 것 같다.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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