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칵테일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이름, 칵테일의 왕, 007 제임스 본드가 사랑하는 칵테일, 마티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바텐더라는 일본 만화책을 보면, 마티니는 '영원히 완성이 없는 칵테일'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완성이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마티니는 진과 베르무트라는 두 가지 재료만 사용됩니다. 그래서 만들기도 쉽고 어떻게 만들어도 비슷한 맛이 나올 것 같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진은 브랜드마다 맛과 향, 개성이 다르고 베르무트도 마찬가지로 브랜드마다 차별성이 강합니다. 그리고 그 두 음료를 섞는 비율 또한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합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 두 가지 음료를 얼마나 오래 섞느냐에 따라 그 섬세한 맛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어떠한 진을 선택해서, 어떠한 베르무트와 매칭을 시켜야만 내 입맛에 맞는지를 알아내는 것도, 조합이 워낙 다양해서 쉽지 않습니다.
마티니 한 잔에 그려내고 싶은 맛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 동안의 연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2년 동안의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제가 담고 싶은 맛의 형태를 잔에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마티니를 처음 마시고 실망했던 경험 있으신 분들 생각보다 많을 겁니다. 칵테일을 많이 마셔보지 않았을 때, 처음 가 본 바에서, 왠지 긴장되고 위축되는 마음으로, 메뉴판에 적힌 칵테일이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뭔가 있어 보이는 걸 마셔보고 싶고. 그래서 호기롭게 "마티니 주세요"했는데, 몇 분 뒤에 나온 마티니 한 모금하고는 "엑~"하신 경험 있으시죠? 저도 그랬고요. 주변 지인들도 하나같이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바텐더가 입에 맞으세요? 하는데 어색한 눈웃음으로 "아 예 맛있네요" 또는 "아 항상 먹던 거라서요"라고 한 경험 있으시죠? 속으로는 "와 이거 생각보다 엄청 세네. 단맛도 없고 느끼하네. 알코올 그냥 마시는 거 같은데" 이런 생각하면서요.
위대한 개츠비 영화 보면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마실 때 "와 맛있겠다"하고 머릿속에 상상하던 맛과는 큰 괴리감이 있었지요. 처음에는 한 잔 다 비우기도 힘들었던 흑역사 있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비터한 맛의 스터 칵테일에 대한 경험치가 부족했던 우리의 입맛이 마티니를 받아들이기 벅찼을 수도 있고, 그 마티니를 만든 바텐더가 아직 마티니를 충분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바텐더가 구현하고자 했던 마티니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와닿지 않았을 수도 있겠고요. 그만큼 마티니는 내 입맛에 딱 맞는 한 잔을 만나기가 어려운 칵테일입니다. 그래서 홈 바텐딩을 하는 여러분들은 마티니를 꾸준히 만들어보면서 내 칵테일 실력이 성숙함에 따라 나의 마티니도 더 맛있어지고 내 입맛에 맞는 나만의 스타일로 성숙되어가는 모습을 느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좋아하는 마티니 스타일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헤밍웨이는 진과 베르무트를 15대 1로 만드는 마티니를 좋아했고, 월스턴 처칠은 마티니를 주문하면서 베르무트를 빼 달라고 했다지요. 그냥 진만 마신 거예요. 베르무트는 보기만 하면서요. 왠지 굴비 보면서 밥만 먹는 자린고비가 생각납니다. 제임스 본드는 마티니에 진 대시 보드카를 넣은 보드카 마티니를 쉐이킹 해서 마십니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많이 마신다고 합니다.
오늘은 진이 들어간 정통 클래식 마티니를 스터 기법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준비물을 알아봅시다. 비피터 진, 베르무트 드라이, 오렌지 비터스, 레몬, 믹싱 글라스, 바 스푼, 줄렙스트레이너, 얼음, 필러, 도마, 페어링 나이프, 그리고 닉앤 노라 잔입니다.
마티니 잔으로 닉 앤 노라 잔을 추천합니다. 마티니는 온도가 차가울 때 맛있지 온도가 올라가면 완전 느끼합니다. 그래서 스터 칵테일에는 이 안정적인 닉 앤 노라 잔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서양에서는 매우 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잔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리잔 전문 브랜드 리델에서 나온 바웨어 시리즈에 닉 앤 노라 글라스가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잔은 냉동실에 넣어둡시다.
먼저 믹싱 글라스에 오렌지 비터스를 1대쉬, 베르무트 드라이 1온스, 진 2온스 넣습니다. 가니쉬로 사용할 레몬 필을 준비합니다. 하얀 속껍질이 최대한 붙어있지 않도록 필러로 벗겨줍니다. 하얀 부분이 남아있으면 음료 안에서 쓴 맛이 계속 우러나옵니다.
냉동실에서 잔을 꺼냅니다. 이제 믹싱 글라스에 얼음을 넣고 스터해 줍니다. 스터가 다 되었으면 스트레이너에 걸러서 잔에 넣어줍니다. 레몬필을 눌러서 레몬 오일을 음료 위에 뿌리고 레몬 필은 겉껍질 부분이 위를 보게 해서 음료에 넣어줍니다. 마티니가 완성되었습니다.
시음자의 시음평
"일단 생각보다 레몬의 맛이나 향이 술과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술맛이 나면서도 뭔가 인공적으로 첨가했다는 느낌이 없어요. 이 자체가 완벽한 하나의 작품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는 쓰고 독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건 부드러운 느낌이에요. 향긋한 향이 나는 걸 좋아하고, 술의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라면 마티니를 먹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