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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Feb 28. 2022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이 왜 주주환원 인가요?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시 ROE, PER 지표 개선 효과

최근 많은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자사주)을 취득하겠다'는 공시를 내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카카오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3000억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호재로 작용합니다. 회사는 왜 굳이 돈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인다는 걸까요? 그리고 배당처럼 주주가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왜 호재라고 하는 걸까요?



회사의 자사주는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거나, 회사 간 지분 교환, 조정을 위해 사용합니다. 또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서 경영권 방어의 기능도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일정 규모의 자사주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특별히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하기도 합니다. 이때 핵심은 '소각'이 함께 이뤄져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주식 수가 줄어들면 나머지 주식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예컨대 주당 1만원의 A주식 1000주가 시장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1000만원입니다. 이때 회사가 500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면 시장에 거래되는 주식은 500주로 줄어듭니다. 기업의 가치는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시총 1000만원의 가치가 유지되는 게 맞을 겁니다. 그렇다면 1주당 가치는 1만원이 아니라 2만원이 되는 게 맞습니다. 물론 소각한다고 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취득한 자사주에는 배당청구권과 신주인수권이 없습니다.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드면 향후 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이 증가하고 유무상증자 시 배정 비율이 증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회사의 건전성을 보여줍니다. 자사주를 매입할 정도로 현금이 충분하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입니다. 또 자사주 매입은 현재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시 주식의 밸류에이션(가치) 지표도 개선됩니다. ROE(자기자본이익률)의 경우 투입한 자기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면 회계상 자본금이 줄어들게 됩니다. 순이익이 똑같은데 자본이 감소하면 ROE가 높아지겠죠. 또 PER(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EPS(주당순이익)로 나눈 값입니다. EPS는 순이익을 주식수로 나눈 값인데 순이익은 그대로이고 주식수가 줄어들면 EPS가 높아지고, 주가가 그대로인데 EPS가 높아지면 PER이 낮아지게 됩니다. PER이 낮아진다는 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을 무조건 호재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자사주 취득에 활용된 자금은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기업의 지속성 유지나 장기성장에 필요한 투자금을 기회비용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게다가 자사주 취득기업 중 일부는 순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의 근본가치에 충분한 고려 없이 단기투자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공시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기업의 장기 성과나 지속성이 희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자사주 취득 후 처리 방법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취득은 대다수가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자사주를 저가에 매수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다시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리는 투자 수단으로 자사주를 악용하지 않는지 감시가 필요합니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자사주를 취득한 후 처분한 비율은 49%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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