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PBR·EV/EBITDA로 기업가치 분석하기
최근에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코스피 2800포인트는 PBR이 1배 미만이므로 바닥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 PER이 100배가 넘는 기업은 고평가라고 하고요,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은 EV/EBITDA 43배를 적용한 100조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해당 3개 지표(PER·PBR·EV/EBITDA)를 모르고는 주식에 투자할 수 없습니다. 이를 통해 어떻게 주식의 밸류에이션(가치)을 측정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PER은 'price earning ratio'의 약자로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을 의미합니다. 순이익은 회사 매출에서 인건비, 법인세, 각종 비용 등을 빼고 남은 순수한 금액입니다.
만약 A라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100억원이고, 순이익이 10억원이라면 A기업의 PER은 10이 됩니다. 10년 동안 벌어들일 순이익이 지금의 시가총액 수준이라는 겁니다. 보통 평균 PER을 10으로 보고 10보다 낮으면 '저평가', 10보다 높으면 '고평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는 단순히 PER이 10이냐, 20이냐를 보고 고평가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은 5억원을 벌지만 5년 뒤에 50억원을 버는 회사가 되어있을 수도 있잖아요? 셀트리온의 PER이 50배가 넘어가도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진 것도 '나중에 더 많이 번다'는 기대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주의 PER이 높은 이유입니다.
PBR은 'price book value ratio'의 약자로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입니다. 순자산가치는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금액입니다. 즉 기업의 모든 자산을 현재 시장가격으로 매각하고, 부채까지 변재한 후 남는 금액을 말합니다.
만약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보다 높아 PBR이 1을 넘어선다면 주가에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상태. 1보다 작으면 프리미엄이 없는 상태입니다. 코스피의 PBR이 1이라는 것은 코스피 상장종목의 순자산가치와 시가총액이 일치한다는 겁니다. 즉, 회사가 모두 망해도 주주들은 최소한 본전을 챙겨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2억원짜리 핫도그가게를 인수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원래 장사를 하고 있던 가게 주인이 가게를 넘기는 대가로 권리금 1억원을 요구합니다. 핫도그가게의 프리미엄이 1억원이 붙었습니다. 여러분은 권리금 때문에 인수를 포기할 건가요? 아니면 위치가 좋고 단골 손님이 많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인 3억원에 핫도그가게를 인수할 건가요? PBR이 3~4가 넘는 기업에도 투자하는 이유일 겁니다. 다만, 과도하게 높은 권리금(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은 조심해야겠죠.
EV/EBITDA는 실제로 ‘기업을 사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지표입니다. EV/EBITDA를 계산하지 않고는 기업의 인수합병(M&A)은 성사될 수 없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게 보는 회사의 가치 지표입니다.
EV는 'enterprise value'의 약자로 기업의 시장가치를 의미합니다. 시가총액에서 순차입금(차입금-현금자산)을 더한 값입니다. 그리고 EBITDA는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으로 이자비용(Interest), 세금(Tax), 감가상각비용(Depreciation & Amortization) 등을 빼기 전 순이익입니다.
한 사모펀드(PEF)가 A라는 기업을 인수하려고 합니다. 기업의 시장가치인 EV가 12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30억원이라면 EV/EBITDA는 4배로 계산됩니다. 이는 A기업을 120억원을 주고 산다면 투자금액의 본전을 뽑는 데 4년이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4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이후에도 계속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인수하겠죠.
통상 EV/EBITDA는 초기투자금액이 높은 기업을 평가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PER과 달리 '감가상각비'도 포함이 되기 때문에 큰돈이 드는 설비를 갖춘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공모가 산정에 EV/EBITDA가 사용된 이유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3000억원을 들여 전기차배터리 생산시설을 갖췄다고 가정해봅시다. 해당 생산시설은 1년, 2년이 지날 수록 노후화됩니다. 20년 뒤에는 생산시설이 쓸모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회계에서는 3000억원짜리 생산시설에 대한 감가상각분을 반영합니다. 실제 현금이 나가는 건 아니지만 손실이 나고 있는 건 분명하죠. 그렇다고 회사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나요? 오히려 3000억원짜리 생산시설을 갖춘 덕분에 더 품질 좋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고,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EBITDA를 사용한다는 것은 회계에는 들어가지만 현금 유출입과 상관없는 것을 다 제외하겠다. 즉, 이런 감가상각자산도 기업가치에 포함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워런 버핏은 "주식투자는 기업을 사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현재 이 가격에 이 돈을 주고 사는 게 맞는지 판단을 해야하고, 그 판단을 도와주는 지표가 바로 PER·PBR·EV/EBITDA입니다.
"PER이 10을 넘어가면 절대 사면 안 된다. PBR이 1 이상은 고평가다"라는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겐 A기업의 PER이 100배라도 살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고, 누군가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가격일 수 있습니다. 가치 투자는 "이 회사에 내가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을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