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 Apr 10. 2023

계획대로 되면 인생이 아니지!

(이전글에서 이어집니다)


 이런 우연이 일어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문을 열고 나온 아이 엄마도 내 매장 근처에서 장사를 했었다. 상가 상인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있던 어느 날, 말없이 사라져 동네에 온갖 소문을 만들었던 당사자였다. 나 역시 경미한 손해를 입었지만 사는 곳으로부터 600킬로가 넘는 그곳, 제주도 깊숙한 촌에서 그것도 내가 이사 가려는 바로 옆집에 그 가족이 살고 있다니!  ‘죄짓고 못 산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다행히 아이는 나를 못 알아본 것 같았고, 아이 엄마는 집에 없었다. 상황을 파악한 순간 생각했다.

'이 집으로 이사는 못 오겠구나!'


이장님께 다시 연락드리겠노라 말씀드리고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살 집을 처음부터 다시 알아봐야 하는 상황은 머리 아팠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척 그 집으로 이사 갈 생각은 없었다. 그 사람 때문에 나 역시 손해가 있었고, 그 외에도 여러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나타나 그 사람을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그 먼 곳에 짐을 풀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아쉽지만 다른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우린 그곳에서 아무것도 본 게 없다! '


 이제 학교를 통해 저렴한 집을 찾아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고 부동산을 통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이 나온 들 그때마다 달려갈 수도 없으니 사진만 보고 집을 계약해야 했다.


제주도는 보증금 외에도 일 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치르는 '연세'라는 묘한 제도가 있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제주도에 완전히 정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기 때문에 일단 최대한 부담 없는 집을 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래 가려던 학교무상 임대 주택을 포기한 대가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시작하게 됐다. 그즈음 제주도 집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였는지 모를 일이었다. 퇴직금이 있을 리 없는 자영업자가 일을 놓고 어쩌려 했나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며 일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던 삶으로부터 멀리 최대한 멀리 가고 싶었다.



(다음글에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을 인연이라 우기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