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선생님은 오늘도 상담실 문 앞까지 나와 맞아주었다. 6년 동안 변함없고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PTSD 치료를 위해 3주에 한 번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지금 담당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도 나는 꾸준히 상담과 약 처방을 받았고, 그런지가 벌써 28년이나 됐다. 처음엔 내 곁에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듣고도 객관적인 판단을 해줄 이가 필요했었다. 처음부터 그런 마음으로 전문가를 찾았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신경 정신과에 다니게 될지 몰랐다. 초반에는 언제쯤 약을 안 먹어도 될지 묻기도 했으니까!
이제는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 기회에 약을 안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제주도로 이주했을 때 잠깐 기대하며 병원에 안 다닌 지 1년 만에 '공황'이 왔다. 공황은 증상이 다양하다는데 나는 패소 공포가 오면 천장이 회전하듯 어지럽다가 참을 수 없이 구토가 올라왔다. 엄마를 만나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간혹 엄마를 닮은 사람을 보거나 비슷한 투로 말하는 사람만 봐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거나 그 자리에 얼음처럼 서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이들이 가장 약자인 기간에 받은 정신적 육체적 상처가 절대 저절로 치유될 수 없다는 증거기도 했다. 나 역시 전문가 상담을 적극적으로 받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음의 상처는 의지나 신념으로만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면 꼭 전문가 상담을 받길 권하고 싶다.
숙명적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고 맺은 관계는 늘 힘에 부쳤다. 아닌 척 사느라 필요 없이 에너지를 소진했고, 어디서나 중요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삶은 고단했다. 가시밭에 가서 따갑지 않기를 바랄 수 없듯이 내가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곳에 스스로를 데려다 놓기로 마음먹는다.
불편한 이야기에 응원과 위로 주셔서 정말 큰 치유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모을수록 힘이 들기도 했지만 마치 한숨 잘 자고 난 것 마냥 마음이 개운합니다.
앞으로는 가장 약자인 어린이의 삶이 더욱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