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길 위에서
푸른 하늘과 흰구름, 바다에는 아들인듯한 어린아이를 패들보드에 앉힌 남자가 천천히 노를 젓고 있었다. 한편에선 산호색 바다에 쨍한 핑크색 튜브가 떠있지만, 선뜻 바다로 가지 못한 망설임과 설렘에 작은 발을 구르는 여자아이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그림처럼 선명했다.
일요일 아침 일찍, S 선생님과 만나서 좀, 걷기로 했다. 서로의 일상에 '환기'를 기대한 만남이었다.
'비 온다던데, 걷기에 괜찮으려나?‘
어른의 삶은, 갈수록 덜 용감한 선택을 하고, 습관적으로 망설임'을 반복하고 있었다. 미리 걱정이 일었지만, 이내 걷어버렸다.
'아, 비 오면 맞지요 뭐!'
S 선생님은 차를 몰아 작은 해변 앞에 데려다줬다. 바다를 곁에 두고 만난 길은, 그 길 끝이 몹시 궁금한 ‘굽은 길'이었다.
'잘 봐, 어쩌면 삶은 이런 모습일지 몰라'
속삭인 것은 곧은길이 아닌, 굽은 길이었다. 오랜 세월, 숱한 발걸음이 서성이며 다져놓았을 굽은 길 위에서, 바람에 실린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 마음의 귀를 활짝 열어보았다.
굽은 길에서 되돌아 나오기 위해 뒤로 돌아섰을 때, 하늘은 거짓말처럼 얼굴을 바꾼 뒤였다. 푸르던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은 바다에 닿을 듯 낮게 내려앉아 있을 뿐이었다.
'차라리 크게 울어버리면 좋을 텐데'
구름이 해를 가렸을 때처럼, 울음을 삼킨 어둠에는 언제나 명과 암이 공존했다. 시원하게 울고 난 마음에는 슬픔이 물러나고 환한 빛이 들었으니까.
먹구름 속을 헤맬 때도, 곧 드러날 해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덜 울고,
담담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까다롭게 변덕을 부린 날씨는, 마치 고단한 삶을 관통해 전진하라는 메시지 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쓰는 시간'을 지켜주며 아주 오래 걸었다.
충분히 환기하고 충전했다.
(더 많은 뒷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