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자격
쉽게 판단하지 않을 일이었다. 사나운 세상 소식에 지레 겁먹은 우리는 선량한 서로를 막연히 두려워하는지 모른다. 간혹 오해가 생겼다 해도 먼저 풀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거나 가장 쉬운 방법인 외면하는 방식을 선택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 말이다. 그러는 편이 한결 마음 편한 세상이 된 건 아닐까?
한동안 조용하던 윗집에서 다시 고함 소리가 들린 건 어제 아침이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그녀 목소리가 좀 더 격앙될 즈음 노크하듯 천장을 ‘콩콩' 두 번 두드렸다. 늘 그렇지만 암묵적 약속을 지키듯 소음은 바로 잦아들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계약하던 2021년 겨울은 갑자기 집값이 치솟아 매물 찾기도 힘들던 바로 그때였다.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집값 때문에 전에 살던 신축 아파트와 유사한 상태의 집으론 이사가 어려웠다. 운 좋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만나게 됐는데, 작지만 방이 3개였고 원하던 1층이었다. 다만, 30년이 훌쩍 넘은 구축 아파트라 손 볼 곳이 많았다. 층간소음을 잠시 염려했지만 신혼부부가 산다는 말에 막연히 안심했었다.
집수리가 끝나고 이사 전 청소를 하러 빈집에 들른 날이었다. 막 청소를 시작하려는데 윗집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어른 여자가 저리 서럽게 우는 소리를 언제 들어봤더라?’ 그녀는 흐느끼면서 누군가에게 원망을 토하듯 계속 말했지만 어쩐 일인지 대꾸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와이프가 울고 있나? 흠... 남편은 신혼에 뭘 그리 많이 잘못했을까? 살다 보면 부부싸움 할 수도 있지. 오늘이 바로 그날인 거고!'
앞에 살던 사람에게 들은 빈약한 정보에 이 상황을 대입하며 내 맘대로 스토리를 완성했었다.
이사를 와보니 윗집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여자는 자주 울고 가끔은 뭔가를 던져 부딪힌 파열음이 들렸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소음이 있었는데 낮이고 밤이고 뭔가를 끌어서 이리저리 밀고 다니는 소리였다.
'매일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도 아닐 테고, 맨날 뭘 저리 옮기는 걸까?'
눈으로 보지 않고 소리로 키운 상상은 부풀 대로 부풀어 제 멋대로 떠다녔다.
'이게 말로만 듣던 층간소음인 건가? 저렇게 싸우다 무슨 일 나는 건 아니겠지?'
온갖 험한 사건 기사를 본 게 떠오르자 불안은 커졌고,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보통일이 아니었다. 이사를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들자 앞에 살던 사람이 의도적으로 숨겼을까? 의심마저 들었다.
그날, 윗집 상황은 심각했다. 그녀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린 뒤 '와장창' 작지 않은 크기의 물건이 넘어지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이어졌다. 부부싸움이라 해도 예삿일 같지 않았다. 더는 듣고만 있을 상황이 아닌 것 같아 경비실에 알렸지만 요즘은 개인 간 '항의 방문' 자체가 조심스러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귀 기울이며 쓰기-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