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빵
요약문장:
다만, 일관성 있는 사랑이 아이를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도 그런 양육자가 되고 싶었다. 차별은 치사한 일이었다. 억울함이 안개처럼 드리운 마음으론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일관성 없는 양육자의 사랑은 아이에겐 늘 어려운 시험 문제였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생존을 맡긴 양육자의 사랑 방식이 서툴 때 아이는 쉽게 혼란에 빠졌다.
누군가는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늘 같은 자리에 머무는 것이 사랑이라 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내게 조용히 의문을 품게 해 마음에 상처를 냈다. 그런 사랑이 있다면, 왜 내 눈에만 보이는지 않는 건지 되물으며, 나는 자주 억울했다.
아들과 딸, 여자와 남자의 경계가 분명했던 그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나로선 결코 가질 수 없는 신기루와 같았다.
엄마의 세계는 흑백이 분명했다. 여자와 남자. 옳고 그른 것, 착하거나 나쁘거나. 예쁘지 않으면 못생긴 것. 그런 엄마가 중간 온도인 따뜻함을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엄마의 사랑은 어느 날은 지나치게 과했고, 또 어떤 날은 뼈에 사무치게 차가웠다. 그런 엄마를 설명하자면 ‘달걀 프라이 사건’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때, 나는 한동안 달걀프라이에 푹 빠져 있었다. 그토록 간절했다는 건, 자주 먹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간혹, 두 살 터울의 오빠 밥 속에만 있던 달걀프라이였다. 그 달걀 프라이가 먹고 싶어, 며칠 내내 달걀프라이 노래를 부르던 어느 날이었다. 장을 보고 돌아온 엄마 손에는 30구짜리 달걀 한 판이 들려 있었다.
잠시 후, 엄마는 거실 연탄난로 위에 프라이팬을 올렸다. 신문지를 깐 바닥엔 식용유, 소금 접시, 포크와 계란 한 판이 차려졌다. 나는 달걀 프라이를 먹게 될 것 같은 반가운 현실에도 무릎을 꿇고 앉아 눈치만 보고 있었다. 엄마의 표정이 무척 비장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빠에게 복화술처럼 말을 걸며 엄마의 처분을 기다릴 뿐이었다.
“오빠, 우리 혼나는 거야? 엄마 왜 그래?”
"넌 이제 죽었다. 네가 맨날 계란 프라이 해달랬잖아!"
“오빠도 했잖아!”
“아니거든, 넌 이제 진짜 끝났어.”
언제나 혼나는 건 나였고, 의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오빠 때문에 나는 더 불안했다.
그때였다. 드디어 엄마가 입을 열었다.
“자! 어디, 질릴 때까지 먹어봐. 얼마나 먹나 보자!"
나는 믿을 수 없어 오빠의 얼굴을 쳐다봤다.
‘ 달걀프라이를 질릴 때까지 먹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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