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차 자각하지 못한 마음의 방향은 존재의 체온을 바꾸고 숨결을 흔들 수 있었다. 나는 마음을 아낀 탓에 그것을 잃고 난 뒤에서야 헤픈 마음이 얼마나 큰 진실을 품고 있는지 깨닫게 됐다.
지난봄, 나는 작은 플라스틱 포트에 담긴 스무 개 남짓의 식물을 새 화분에 옮겨 심었다. 특히, 대형 화분인 고무나무 분갈이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화분 크기도 적당했고, 무엇보다 주문해 둔 흙도 마음에 들었다. 나는 화원에서 설명들은 대로 뿌리를 조심스럽게 풀어주며, 이식의 충격을 줄이려고 애썼다.
그 후로는 환기와 통풍을 챙기고, 선풍기와 가습기를 번갈아 틀었다. 잎은 천으로 닦아 윤기를 내고, 새살을 돋우듯 흙을 다지며 나만의 작은 숲을 가꿨다. 손끝에 닿는 흙의 감촉과 잎의 윤기를 통해, 나는 돌보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무나무의 세 줄기 중 하나가 갑자기 힘을 잃었다. 줄기는 물러졌고 잎은 순식간에 누렇게 시들었다. 며칠 뒤엔 또 다른 줄기의 잎도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세 장 남은 잎 마저 금세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이제 예닐곱 장의 잎이 달린 마지막 한 줄기만 남았다.
나는 내 정원을 누구보다 정성껏 보살폈다. 물도, 빛도, 통풍도 모자라지 않았다. 그런데 왜 고무나무만 유독 나를 등지듯 고개를 꺾고 말았을까? 반문하던 중 나는 문득, 내가 처음부터 이 고무나무를 마음으로 선택하지 않았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마치 혼자만 알고 있던 비밀이 들통나 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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