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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아이의 삶 16화

16. 기억, 나는 좋은 아이가 아니야

기울어진 마음

by 은수

요약 문장:

엄마는 내가 엄마의 것이 아닌 걸 몰랐다. 태어난 것이 마치 내 선택인 양 다그치면서도, 정작 내 존재는 엄마가 함부로 해도 되는 것으로 여겼다.


결코 완전하지 않은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대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했다. 특히 어린 시절에 부모의 인정과 지지는 그 삶의 토양이 됐다. 아이는 말뿐 아니라 표정, 눈빛, 한숨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읽었다. 그 작은 신호들이 흔들릴 때, 아이는 스스로를 의심하며 마음속으로 속삭이고 말았다. ‘나는 좋은 아이가 아니야.’


초등학교 1학년 하율이를 처음 만난 날이었다. 아이를 데려온 사람은 하율이 엄마였다. 아이 엄마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나와 마주 앉았다. 마땅한 인사말을 챙기기도 전에 아이 엄마의 말이 시작됐다.

“얘가 문제가 많아요. 눈치도 없고, 말귀도 잘 못 알아 들어서 학교에서 자주 문제가 생겨요.”

초면에 대뜸, 자신의 아이를 이토록 부정적으로 소개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더구나 아이가 곁에 앉아 있는데 말이다.

"어머님, 제가 하율이와 먼저 만나보고 상담을 하는 게 낫겠어요!"

나는 곁에 앉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가 마음에 걸렸다. 무엇보다 아이를 만나보기도 전에 편견부터 갖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이 엄마를 한 시간 뒤에 다시 보기로 하고 하율이와 단둘이 마주 앉았다.


초등학교 1학년인 하율이는 잘 웃었다. 수업 호응도 좋았고 무엇보다 두 개 받침 있는 한글까지 모두 읽고 쓸 수 있는, 흔치 않은 1학년이었다. 다만, 그림책을 읽어줄 때, 이야기에 깊이 빠졌다가도 어느 한순간, 집중이 흩어지는 게 눈동자에서 자주 읽혔다. 하율이가 학교에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무엇 때문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장점이 더 많은 아이인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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