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않는다.
요약 문장:
아이의 시간도 그렇다. 오늘 듣지 못한 말은 내일 다른 모습의 상처로 남았다. 귓속말은 그저 작은 소리로 건네는 말이 아니다.
언어는 허용된 말과 금지된 말 사이에서 갈라졌다. 우리는 흔히 언어를 소통의 다리라고 불렀지만, 어떤 언어는 벽이 되어 아이의 세계를 가로막았다. 하고 싶지만 금지된 말, 느낀 대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은 아이를 침묵 속에 가뒀다. 아이의 귓속말은 단순히 작게 속삭이는 말이 아니라 금지된 벽에 보내는 신호였다.
아이의 비밀은 대부분 어른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것은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라는 통제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아이들은 애초에 비밀을 지키기 어려운 속성을 가졌다. 결국 아이는 삼킬 수도 없이 차오른 말을 가장 작은 틈으로 흘려보냈다. 그런 아이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은 한 존재의 세계를 인정하는 행위이며, 본 대로 말할 수 없도록 통제된 것을 말할 권리로 되돌려 주는 일이었다.
오후 두 시.
방과 후 독서교실 문이 처음 열렸다. 작은 몸집에 유난히 창백한 얼굴의 1학년 서인이가 들어왔다. 홍서인. 새 학기라 아직 모든 아이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했지만, 서인의 얼굴과 이름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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