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아이의 삶 17화

17. 기억, 귓속말하는 아이

기다리지 않는다.

by 은수

요약 문장:

아이의 시간도 그렇다. 오늘 듣지 못한 말은 내일 다른 모습의 상처로 남았다. 귓속말은 그저 작은 소리로 건네는 말이 아니다.


언어는 허용된 말과 금지된 말 사이에서 갈라졌다. 우리는 흔히 언어를 소통의 다리라고 불렀지만, 어떤 언어는 벽이 되어 아이의 세계를 가로막았다. 하고 싶지만 금지된 말, 느낀 대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은 아이를 침묵 속에 가뒀다. 아이의 귓속말은 단순히 작게 속삭이는 말이 아니라 금지된 벽에 보내는 신호였다.


아이의 비밀은 대부분 어른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것은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라는 통제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아이들은 애초에 비밀을 지키기 어려운 속성을 가졌다. 결국 아이는 삼킬 수도 없이 차오른 말을 가장 작은 틈으로 흘려보냈다. 그런 아이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은 한 존재의 세계를 인정하는 행위이며, 본 대로 말할 수 없도록 통제된 것을 말할 권리로 되돌려 주는 일이었다.


오후 두 시.

방과 후 독서교실 문이 처음 열렸다. 작은 몸집에 유난히 창백한 얼굴의 1학년 서인이가 들어왔다. 홍서인. 새 학기라 아직 모든 아이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했지만, 서인의 얼굴과 이름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은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휘둘리지 않는 어린이, 청소년을 응원합니다.

3,89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5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6화16. 기억,  나는 좋은 아이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