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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Jun 02. 2016

무제

여자, 엄마, 그리고 아빠



# 여자 vs 나


 여자는 '여성스러움'을 '나 다움'위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남자 역시, '남자라서, 남자이니까'로 감정이나 행위를 제한당하고 살아가기는 마찬가지 일테다. 그래도 그 제한된 어떤 스펙트럼이 여자보다는 넓다고 생각한다. 어쨋든 사람들은 누구나 성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역할이라는 말, 즉 남자가 해야할일, 여자가 해야할일 이렇게 구별하는 것은 이미 틀렸다는걸 우리는 잘 알고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사람들이 있고, 그게 옳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다수의사람들의 삶의 방식, 생활 습관, 또는 가치관이 편하고 자연스럽다고 해서 그것이 다 옳다고 생각하는것은 무서운 일이다.  

# '현명한 아내, 자애로운 엄마' 는 선택사항입니다.


 나는 28살에 결혼을 했다. 내가 결혼을 한 이유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또는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서만! 결혼을 한 것이 아니다.  내가 결혼한 근본적인 이유는  '남편과 함께 하기 위해서' 이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 지금의 남편을 사랑 한 것이 아니다.

 즉, 결혼은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나 목표가 아니다. 그런데 사회는 '기혼자인 나(사람)를 '미혼자 였던 나(사람)'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생각한다. 결혼의 유무에 따라 '나'라는 사람 자체가 변하도록, 성숙하도록 강요받는다. 특히 여자의 경우 더 많은 변화를 요구당한다. 예를 들어 결혼 후 부모님왈, "너는 결혼했으니까 이제 옛날처럼 친구들이랑 자주 어울려 다니면 안된다, 일찍일찍 집에 들어가라, 남편 내조를 잘해야한다." 등등..

 재밌는것은 남자들이 결혼 후 친구들이랑 자주 안어울리고, 일찍 들어오고, 외조를 잘하면 "가정적인 남편"이라고 칭찬을 받고(요즘 남자들은 대부분 '가정적'이다), 여자는 위의 행동들이 당연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보면 결혼한 남녀가 새로 만들어진 가정에 집중해야하는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여자들은 보통 조금 더 가정에 집중하도록 강요 받는다. 후에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내가 엄마인지 엄마가 나인지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엄마(여성)'의 역할을 강요 받는다(물론 아이에게 집중하게 되는것이 당연하지만,,,)


# 취업먼저? 육아먼저?


 나는 결혼을 하고 지방의 도시로 '이민'을 왔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오게 되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다시 재취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의 능력이 부족했음도 인정하지만, 기혼자의 패널티가 적용했다는것도 사회는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용센터에서는 이런말도 들었다 " 왜 취업하세요? 그럴 사정이 있으신가요? 그냥 아이낳고 키우다 파트타임 구하시는게 더 나을꺼에요"

 나를 위한 충고일 수도 있다. 내가 사는 도시가 조금 더 보수적일 수도 있다.(전형적인 공업도시라서  '남성'중심 도시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어쨋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기혼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며 패널티를 주는것은 불쾌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취업을 당분간 포기하기로 했다.


# 퇴근후 사생활도 회사꺼


 고용센터 담당자의 예언(?)대로 나는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 전에는 몰랐다. 얼마나 아이에게 온마음을 쏟아야만 하는지를. 지금은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말을 한창 실감하면서 나는 엄마로 집중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 내가 경악했던 일이 있었다. 아이 아빠의 상사와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였는데, 나에게 이런말을 했다."애들은 초등학교 드가기 전에는 기억도 못합디더~ 지금은 아빠 없어도 되니까 아빠 찾지 마이소 허허허" 무슨말일까? 즉, 아이는 엄마가 전담하고 아이 아빠가 회식을 하든 야근을 하든 신경쓰지 말라는 얘기다. 이 회사가 얼마자 가정을 소홀히 생각하는지,  그리고 육아를 완전히 엄마에게 맡겨버리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여기 이곳은, 어쩌면 우리 사회는 아이가 아빠를 찾는것이, 아내가 남편과 함께 하는것이 '시간낭비, 또는 시간사치'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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