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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Jun 19. 2016

포항, 어디까지 가봤니?

#구룡포_근대문화역사거리

날씨가 더울것이라는 일기예보에 외출을 망설였다. 14개월 아들이 있으니 외출하려면 날씨를 더 많이 신경써야한다. 아들이 아직 제대로 못걸어서 안고 다녀야하니 조금만 더워도 온몸에 비오듯 땀이 흐를것이다. 그렇지만, 또 우리가족에게 아무 일정없는 주말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임을 알기에, 무작정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밍기적 밍기적거리다 느즈막한 시간에 겨우 나왔다;;)

구룡포는 대게, 과메기같은 특산물로 유명한데, 포항 중심부에서 꽤 멀리 떨어져있다. 차로 30분은 가야하는데, 나는 포항에 이사와서 딱 두번 구룡포에 간적이있다. 임신7주차때, 그리고 임신 34주차때. 두번다 이곳에 대한 큰 감흥은 없었고, 드라이브하면서 대충 둘러보았었다.

 그런데 세 번째라고 뭐 다르겠는가? 아장아장 걷는 아들이랑 쉬익 올 수있는 이곳에서 말이다. 특별함을 찾거나 의미있는 무언가를 보기보다는 그저 이곳 바다 냄새나 맡고 찐득한 바람이나 쇠고 울퉁불퉁 비포장길 같은 인도를 걸어다니면 된다.

 빼어난 볼거리는 없지만, 오래된 어촌 마을의 민낯을 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좁은 골목, 포구, 빼곡히 정박되어있는 어선들이 공기처럼 자연스럽다.

살짝 열려있는 현관문 사이로 오래된 구형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구수한 옛날 노래가 들린다.


#구룡포 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유모차를 들고 아들을 안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우리 신랑. 나는 두번씩 왔다갔다 하면 된다고 했는데, 신랑은 한꺼번에 들고 갈수 있다며 씩씩하게 올라간다. (내 손에는 석류아이스티 두개와 가방이 있었다) 정말 무거웠을텐데, 인상 한번 안쓴다. 내가 쉬었다 가자고 말하니 "한번에 쭉 가야 안힘들다"며 나를 앞질러간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남자다움을 보여줄일이 평상시에 별로 없는데, 꼭 이럴때 무리하게 보여주려는 신랑이,, 아이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근대문화역사거리_대게빵


붕어빵, 잉어빵에 이은 대게빵. 요즘 관광지에가면 특별한 빵을 만들어 관광상품으로 많이 내놓는다. 예전에 통영에 가면 꿀빵이 유명했는데, 그게 통영의 효자노릇을 제대로 했나보다. 요즘은 어딜가도 그 지역 이름을 붙여서 빵을 판다. 이 대게빵도 역사가 길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다. 흔하디 흔한 빵인데,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있다. 이곳 구룡포가 대게빵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지, 아니면 이 대게빵이 구룡포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지 그 경계도 모호하다.

 어쨋든 우리 가족은 앉아서 빵으로 된 게 다리를 하나씩 뜯어먹으며 잠시 쉴 수 있었다.


#마지막은 갈비


쉬엄 쉬엄 한시간 정도 걷고 나니 배가 출출하다. 집에 가는길에 돼지갈비가 먹고싶어졌다. 이제 외출할때 더이상 아들 밥을 따로 챙기지 않는다.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아기티를 벗어간다. 물론 아직 외식은 힘들다.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느긋하게 밥을 먹지는 못한다. 그럴때는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또 지금이 너무너무 귀여워서 천천히 컸으면 싶다. 그래서 힘들지만은 어수선하게 아슬아슬하게 갈비를 먹는 지금이 추억이 될 것을 생각하면서 가리지 않고 두려워 말고 귀찮아 말고 또 외출을 하고 외식을 할 것이다.


* 사진은 전부 아이폰으로 찍은 발사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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