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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Sep 02. 2016

가을, 보경사, 그리고 또 육아

520일째 육아일기

17개월에 접어들었다.


#지난 주말, 나는 몸이 별로 좋지않았다. 남편은 주말근무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나를 데리고 병원을 두번이나 다녀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세민이까지 감기에 걸렸고, 나는 결국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여름(벌써 지난여름이라고 표현을 해야하는걸까)은 너무너무 더웠고, 간만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 친정엄마와 가까운 보경사 나들이를 갔다.

#외할머니와의 추억


나의 외할머니는 주름이 아주 깊고 많은 할머니셨다. 친정엄마는 3남1녀 외동딸이셨는데 외할머니와 투닥투닥 거리시면서 또 사이가 좋으셨다.

어릴적 초등학교 방학이면 일주일씩 외할머니집에 머물때도 많았다. 외할머니가 젊으셨을때는 나를 데리고 목욕탕도 가고, 동네 시장에서 통닭도 사주셨고, 동네 위쪽으로 걸어가면 있는 작은 절에도 자주 데려가셨다.

 이제 나의 친정엄마가 외할머니가 되었다. 나의 아들 손을 잡고, 마트도 가고, 산책도 간다. 내가 나의 외할머니와 그랬던 것 처럼. 나의 추억이 아들에게 대물림된다.


'나도 소원을 빌어야지'
"잘했어요" "짝짝짝" '근데 왜 할머니들은 바지를 꼭 끌어올려서 입히는걸까....ㅜㅜ

# 공든탑이 무너지랴

17개월에 접어들고나니, 정말 하루가 다르게 '사람'다워진다. 말귀도 제법 알아듣고 몸을 제대로 쓰기 시작한다.

정말로 귀여움 포텐이 팡팡 터지고 있다.

아들은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을 보며 고사리손으로 돌맹이를 올렸다 내렸다한다.

바람이 불면 사라질 돌탑이겠지만,

우리아들이 따라 쌓은 작은 돌맹이는 아들의 추억속에서 길게 길게 무너지지 않고 올려져 있을테다.


#무서운 할아버지들이 잔뜩 있어요


# 왜이렇게 촌스럽게 보이지........(할머니..배바지는 제발....)

#하늘, 산, 바람, 메주의 구수하고 찌릇한 향기

# 나무보다는 나무에 기어올라가는 개미가 더 신기하고 재밌는 아들


#다시 독박육아

 모든 두려움과 공포는 '예측불가능'에서 온다. 육아가 힘든 이유는 '예측불가능'이 매순간이고 그 끝이 없다는 것.

  나흘간 밥을 입에도 안댄 아들때문에 내 속은 까맣게 다 타서 재만남았다. 정말로 밥안먹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노벨상 받아야한다.

 기적처럼 나흘째 저녁 밥을 먹는 아들을 보며, 속이 뻥 하고 뚫리면서 눈물이 날것같았다. 이 밥 한숟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하는 아들. 나는 또 이렇게 육아내공을 쌓아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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