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지현 Dec 18. 2016

호이안 나들이

20개월 아기와 떠난 베트남 다낭

남편에게 올해는 유난히도 바쁘고 힘든 한 해였다.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매일 12시간을 회사에서 고생하던 남편이 드디어 꿀같은 겨울 휴가를 받아왔다. 나역시 홀로 20개월 아들과의 전쟁같은 독박육아로 심신이 메말라 갈 쯤이었다. 그래서 이번 남편의 일주일 휴가는 우리 부부의 숨통을 트여주고 재충전할 여유를 주는 황금휴가, 아니 다이아몬드 휴가였다.


1. 베트남, 다낭으로 떠나다

20개월 아기와의 여행은 여행중에서도 나이도 최상에 해당할 것이다. 이 여행의 준비과정에는 설렘에 걱정과 고민이 더해진다.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음식이다. 현지음식이 아이와 맞지 않거나, 현지식을 먹고 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베트남 음식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또 쌀을 주식으로하는 나라라서 크게 걱정은 안했다. 즉석밥 몇개와 인스턴트짜장, 후리가케 등을 비상식으로 챙겼다. 두번째 고민은 비행이다. 우리 아들은 작년 오키나와, 올해 제주도, 이렇게 두번의 비행기 경험이있다. 두번다 짧은 비행시간이라 잘 넘어갔었는데, 이번에는 4시간 반정도의 중거리 비행이라 조금 걱정이되었다. 부산에서 다낭으로가는 비행편은 모두 밤비행기라서, 잘 자지않으면 다른 승객들에게 큰 민폐가 될 수도 있다. 우리 부부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아이가 지루해 하지 않도록 스티커책, 간단한 장난감 몇가지를 챙겼다. 그렇지만, 가는 비행기안에서 두시간 넘게 짜증을 내는 바람에 정말 우리 두 부부의 혼을 쏙 빼놓았다. 첫 여정부터 쉬운게 하나도 없다.


선라이즈 호이안 리조트 (언리미티드 풀장이라고 들었지만....응?) 날씨좋을때는 이쁘단다.
오션뷰?? 아니, 태풍뷰

2. 우기, 초가을 날씨의 호이안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라 1년내내 더울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나라가 길쭉하게 생겨서 북쪽은 4계절이있고 남쪽은 1년내내 더운 날씨라고 한다. 다낭은 중간쪽에 위치해있는데, 지금은 초가을 날씨에 우기다. 리조트에서 수영도하고 동남아의 뜨거운 햇볕을 기대할 수 있을까 했지만, 최고기온이 25도에 해가지면 15도 정도라 수영은 무리였다. 그렇지만 관광하기에는 최고의 날씨였다.

나는 다낭 보다는 호이안에 있는 숙소를 선택했다. 최근 휴양지로 각광받으면서 다낭에는 수많은 리조트와 호텔이 들어서고, 그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그렇지만 호이안은 같은 5성급 리조트라할지라도 가격이 저렴하고, 또 아기때문에 여러군데 돌아다니는 관광이 불가능에 가까워서 호이안만 즐기기로 정했다. 이 선택은 정말 잘한선택이었다.


3. 미식의 도시, '외국'의 추억

10년전쯤, 중국 광저우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간 생활 한 적이 있었다. 광저우는 베트남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현지음식과 거의 비슷한 베트남 음식점이 꽤 많았다.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져서 그때 내가 무슨 음식을 시켜먹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아마 튀긴 롤(중국의 춘권이랑 비슷한)과 쌀국수, 베트남식 볶음밥 등을 먹은 것 같다. 꽤 입맛에 잘 맞아서 한국에 돌아가면 베트남 음식을 먹지 못할것 같아 아쉬워 했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몇년 지나지 않아, 베트남 쌀국수집이 하나 둘 씩 늘어났다. 월남쌈 등의 메뉴가 익숙해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베트남 음식이 일등 외식메뉴로 자리잡혔다.

나에게 베트남 음식은 스물셋, 모든게 낯설고 재밌었던 그 유학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그래서 이번여행에서의 음식은 오랜시간 맛보지 못한 고향음식을 먹는 그런 정겨운 느낌을 받았다.


3. 시간이 멈춘 도시

호이안 올드타운
노란색 건물, 밤을 기다리는 호이안의 등불
비가 많이와서 투본강물이 인도까지 넘쳐 흘렀다
1780년대 만들어진, 8대가 살고있다는 집.
유명한 탐탐카페

호이안은 18세기에 꽤나 번영한 무역도시였다. 그당시 잘나갔던 무역 도시의 모습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있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이처럼 오래된 도시에 들어가면 과거로 타임슬립한 기분이 느껴진다.

  베트남은 전쟁이 많았던 나라라서, 옛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호이안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베트남 사람에게도 인기있는 광광지이다.


5. 오랫만에 아기띠 장착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다보면, 새삼 우리나라의 길이 얼마나 잘 닦여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아들을 데리고 여행하면서 유모차 끌기 힘든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는 유모차를 포기하고 다녔다. 보도블럭이 오래되서 깨진곳이 많고,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주차되어있어서 유모차 밀기가 힘들었다. 아들이 걸어다니기도 위험해서 정말 오랫만에 힙시트에 앉혔다. 투정 안부리고 잘 안겨있는 모습이 꼭 아기 캥거루 같다.

4. 호이안의 야경

첫번째날은 너무 피곤해서 리조트에서 쉬었고, 둘째날은 야경을 보러 나왔다.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등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왔고 야시장이들어섰다. 모두 활기 있어 보였다. 300년전 그때도 전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겠지?

 오래된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어둡고 폭이 좁고, 삐그덕 소리가 났다. 옛날사람들은 발이 작았던 걸까?

  호이안의 야경이 화려하지는 않다. 담담하면서 고요하다. 우리나라 등축제, 빛축제같은 분위기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고 따뜻하다.

한산한 거리
한참을 앉아 쉬던 곳

5. 밤과 불빛, 쉼

저녁을 먹고, 야시장 구경을 하고나니 점점 다리가 아파왔다. 우리는 사람이 많은 거리를 벗어나 조금 한산한 곳을 찾았다. 불을 켜고 손님을 기다리는 기념품 가게들이 있고  길 옆으로는 강인지 하천인지 모르겠지만 물이 흐른다. 불빛에 비춰진 늘어진 나뭇잎들이 물위에서 흔들거린다. 두살배기 아들도 이 거리를 여러번 왔다갔다하며 음미하는 듯 보였다.기념품 가게 주인들과 현지인들이 미소를 지으며 아들이게 인사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아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다가와 눈인사를 하고 말을 건다. 따뜻한 인간애와 여유가 느껴진다.

그 유명한 코코넛 커피

6. 짧은 여행의 마무리

 마지막날, 우리는 다낭으로 갔다.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저렴한 물가! 구경거리 먹거리 모두 풍족했지만, 물가가 비쌌다면 마음껏 즐기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리조트에서 아무렇게나 룸서비스를 시키고, 전신 스파를 받아도 크게 부담되지않는 착한 물가. 현지 물가는 더 저렴해서 아들 데리고 택시를 실컷 타고 먹고 놀아도 하루에 3만원 이상 쓰기 힘들었다. (물론 관광지에서의 바가지는 있었지만, 그렇게 기분나쁜 바가지는 아니다)

 3박5일의 짧은 휴가였고, 아들과 무리해서 베트남을 왔지만 결론은 정말 잘 떠나온 여행이었다. 수고스럽고, 배가 찢어지게 웃고, 맛있게 먹고 다음을 기약하지만, 다시는 못올지도 모르는 그런 추억의 장소를 또 하나 만들고 왔다.






작가의 이전글 가을, 보경사, 그리고 또 육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