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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Dec 23. 2016

크리스마스는 아직도 설레요

메리크리스마스

1. 설레는 성탄절


어릴 때는 설레는 기념일이 참 많았다. 생일, 명절, 어린이날,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사귄지100일, 1주년, 1000일,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까지.

 신랑과 만나 결혼을 하고 서른을 넘기면서 가슴 설레는 기념일은 점점 줄어 들었다. 심지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까지도 설레려고 노력해야 한다.(나는 육아에 신랑은 회사에, 바쁜일상탓도 크다) 신랑은 또 어릴때 부터 기념일이 딱히 좋지도 않은, 그냥 무던하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 생일조차도 챙기기 귀찮아한다.

 그런데 나는 나이가 들어도 설렘이 사라지지 않는 기념일이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다. 신랑은 애도 아니고 종교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흥분하느냐고 묻는다.

크리스마스트리, 불빛, 캐롤, 선물, 산타...
온 세상이 행복에 집중하는것같아
그래서 설레고 좋아

내가 크리스마스만 되면 설레는 진짜 이유는 아마 그동안 쌓인 크리스마스의 추억들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12월, 연말이 되면 행복한 감정이 마구 되살아난다.

 어릴때는 슬픈날이 손꼽을 정도였지만, 이젠 무던한 날들이 제일 많고 기억에 남는 행복한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념일을 핑계삼아 행복한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일부러라도 기념일을 만들고 선물을 챙기고 편지를 쓰는것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별 것 아니라고 넘기게 되면 매일 매일이 별 것 아닌 날들이 되어버린다.


2. 산타할아버지


 아주아주 어릴때였다. 나와 산타의 첫 만남은 다섯살때 였는데, 어린이집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내이름을 부르고 캐롤 카세트테잎을 선물로 주었다. 나는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해 크리스마스날 아침, 다락방에 올라가니 내가 좋아하는 과자가 잔뜩 있었다. 엄마는 그때 나보고 산타할아버지가 두고 갔다고 했었다. 그때부터 나는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아주 굳게 믿기 시작했다. 그 후 매년 크리스마스때 양말을 머리맡에 두고 잤었는데(양말 크기가 작아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넣으면 커질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선물이 들어있었던 적은 없었다. 엄마는 내가 어느정도 컸을때, 크리스마스는 크게 중요한 날이 아니라고 했었다.

 그런데 나는 아마 꽤 컸을때도 산타의 존재를 믿으려 했다. 산타가 나의 양말에 선물을 넣지 않은건 내가 나쁜어린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나는 꽤나 순진했다.


내가 이제 부모가 되어보니, 그때의 우리 엄마아빠가 조금 더 섬세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머리맡 양말에 선물을 한번 쯤 넣어두셨으면, 나는 아마 더 재밌게 어릴적 크리스마스를 추억할 수 있었을 텐데.

 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않은것이 아니라, 아빠랑 직접 사러 갔었다. 아빠와 트리를 사러 갔던 기억도 있고. 단지 산타 할아버지 처럼 몰래 주셨으면 내가 더 드라마틱 하게 좋아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재밌는것이 내 동생은 산타가 없다고 일찌기 알았단다. 유치원때 산타에게 받은 선물을 엄마에게 보여줬을때, 엄마가 "그거 내가 유치원에 보낸거야"라고 솔직하게 말했다나..........어쩌면 내동생이 나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이게된것도 다 이유가 있었나보다.


트니트니 수업. 산타와의 조우, 엄마 이 빨간 아저씨 누구에요?

어릴땐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순수함이 좌지우지 되는게 분명하다. 상상력을 키워주고 행복한 감정을 오래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내아들도 나처럼 오래도록 성탄절이 설렐 수 있도록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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