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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Mar 16. 2017

아기랑 브런치 까페

23개월에 쓰는 육아일기

#정말로 데이트

 아들이 세살이 되고나서(만 22개월을 기점으로) 외출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

 첫번째로 스스로 계단을 올라간다는것. 그래서 12키로에 육박하는 아들을 안고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아도 된다. 계단 내려가기는 아직 조금 힘들어하긴 하지만.

 두번째로 나를 잘 따라다닌다. 예전에는 내가 아이에게서 절대로 눈을 뗄 수 없었다면, 요즘은 그 눈길이 일방적이지만은 않다. 아들은 나에게서 반경 5미터 밖으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아들도 이제 엄마와 떨어지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번째로는 아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파악하게 된 것. 예전에는 '밖에 나갈까?'. '미끄럼틀 탈까?' '과자먹을까?' '뽀로로 볼까?' 하고 의사를 물어보긴 했지만, 대부분 일방적인 경우가 많았다. 또 아들의 감정 표현이 모호해서 내 마음대로 판단해버리는 일도 많았다. 그렇지만 요즘은 확실히 좋다, 아니다를 표현하기 때문에 밖에서 짜증을 내더라도 대처가 쉽다.

 그래서 예전에는 단둘이 외출할때 키즈카페나 동네산책 정도로 장소가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아들 취향이 아니라 내취향도 조금 반영해서 데이트 장소를 선택 할 수 있게되었다.


#엄마도 신나고 아이도 신나는 카페 데이트


 요즘 포항에도 브런치 카페가 많이 생겼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세민이를 낳고나서  나에대해 알게된것 중 하나가 나는 의외로 혼자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면서도 '대화'를 '의식주'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혼자 있는것도 나와의 대화라고 한다면)

# 잘 소비하는것에 대해


남편이 브런치까페에 가는것에대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나도 매우 공감한다. 정말로 비싸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돈을 쓰는기준이 다르다. 비싼 밥을 먹는것 보다는 비싼 커피를 먹는사람도 있고. 비싼 가방을 사는것 보다는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다.

  '합리적인 소비','가성비'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하지만, 생각보다 큰 돈을 쓸때 오히려 감정적인 결론을 내릴때가 많다. 예를들어 애기 기저귀를 살때는 최저가를 검색해서 사지만,  '날씨가 좋아서'라는 이유로 갑자기 제주도행 비행기티켓을 사기도한다.

 나는 옷을 사는데는 돈이 아깝다고 여기지만, 여행을 가는것은 아깝지가 않고, 100그람에 8천원하는 불고기용한우는 비싸고 한접시에 1만5천원하는 브런치는아깝지가 않다.

 결국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아, 물론 대책없이 후회할 정도의 소비는 금물.

# 바다옆에 살면서 바다를 찾는다


우리집에서 5분만 걸어가면 바다가나온다.

바다는 지겹도록 보지 않냐? 라고 사람들이 묻는다.

그렇기도 하다. ㅎㅎ

예쁜 집들이 조용히 모여있고, 언덕위에 바다가 보이는 카페가 있다. 요즘 자주가는 동네인데 남편에게 이곳에 집을 지어 살자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아파트보다 주택이 좋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고층건물이 무섭고, 엘레베이터를 매번 타는것도 부담스럽다. 그런데 또 고층 아파트에서만 누릴수있는 전망도 부럽다. 그래서 높은 언덕위에 바다가 보이는 주택에 살고싶다.

 

# 브런치 먹으러 경주까지 가기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

넓은 잔디밭이 있는 경주의 브런치 까페다.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인가보다. 아이들이 공놀이도 하고 뛰어노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잘 어울려 놀지 못하고 멍하게 친구들을 쳐다본다. 낯가림이 있는 성격이라 그런가.

 가끔 형제, 자매들이 놀고 있는것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아들을 보면, '동생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애 둘 독박육아는 자신이없다. 신랑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들이 외로울 걱정보다는 아이 둘을 혼자 키울 당신이 더 안쓰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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