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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Mar 29. 2017

만24개월 기념 육아일기

그네타기

#1.

세민이가 두돌이 되었다.

더디게 더디게 시간이 갈 줄 알았는데, 벌써 내가 엄마된지 2년 지났다. 엄마가 되면 나이를 새로 먹는다. 아이와 함께 나도 엄마사람 두살이 된 것이다.

#2.

남편이 서울로 교육일정이 잡히면서 친정에 내려왔다. 그동안 아이도 몇차레 아프면서 나도 고단한 시간을 보냈었다.

 도대체 아이가 크면 좀 수월해진다고 누가 그랬던가! 고집불통에 잠투정에 오히려 더 힘들다. 물론 아기때보다 몸고생은 좀 덜할지 모르겠다만, 밥안먹는다고 고집부리면 내 위가 뒤집어 지는것 같고, 잠안자고 고집부리면 머리뚜껑이 정말 열리는 것같다.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신의 경지에 한번은 도달했을 지도 모르겠다. 나를 괴롭히는 이 요물이, 정신을 쏙 빼놓는 이 애물단지가 뒤돌아서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네

오랫만에 아들과 놀이터에 갔다. 우리집은 놀이터에 그네가 없다. 그래서 친정에 오면 꼭 놀이터에가서 그네를 태워준다. 세민이는 미끄럼틀 딱 한번 타고서는 그네만 주구장창 태워달라고 했다. 다른거 타자고 아무리 꼬셔도 그네만 탄단다. 사실 미끄럼틀은 내가 지켜보기만 해도 잘 놀아서 편한데, 그네는 계속 밀어줘야해서 조금 귀찮기도 하다.

 '슝~'

 '재밌지?'

 '응!'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그렇게 삼십분을 밀어주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그네를 타고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친정엄마가 되어서 '어린 나'를 밀어주는 것 같았다.

 우리엄마도 이렇게 그네를 태워줬을 테니까.

아이의 뒷모습에서 어릴적 내모습이 투영되면서 '훅'하고 뭉클해졌다. 그네를 타던 나는 어쩌다 갑자기 엄마가 되었고, 나를 밀어주던 엄마는 또 할머니가 되었다.

긴 시간이 한순간에 흘러간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크는동안 나는 잃어버린 유아기의 기억을 찾는다. 그것은 정말로 대단하고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감사한 경험이다.

사랑해, 우리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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