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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스테디셀러인 이유

친구와의 만남이 유독 즐거웠다면?

by 셈숭

친구와의 대화에서 얻게 된

오늘의 깨달음을 공유합니다.


이 날은 영화, 책에 대해 3시간 내내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대화 상대는 명목상 친구지만 친구보다는 지인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누군가와 하나의 주제로 흐름이 끊기지 않고 대화를 나눠본 건 처음이었다. 사실 이 친구와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주제로 얘기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쩌면 대화의 즐거움은 이런 의외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만남도, 흐름도 모두 의외인 그런 사건말이다.


만남의 공백이 길수록 의외성은 더 커진다. 분명 어떤 친구들은 몇 년 만에 한 번씩 만날 정도로 만남 주기가 긴 편이다. 공통분모가 적으면 더더욱 그렇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계속 보던 사람들만 만나게 되고, 편하다는 이유로 안전지대를 벗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게 된다. 오랜 침묵을 깨고 만나자고 말을 거는 일에도 큰 용기가 필요해서다. 나이를 먹을수록 안정을 찾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도 있을 테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의 대화'는 콘텐츠로서는 영원한 스테디셀러다.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않고도 대신 낯선 이가 겪어온 모험을 구경할 수 있어서다. 인터뷰 형식의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 있다.

담화는 기본적으로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타자와의 대화는 보통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상호 공유된 정보값이 적을 때는 더 그렇다. 그리고 내겐 이날의 대화도 그랬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도 '이야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유독 책이나 영화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인 것 같다. 아주 깊은 층위까지는 대화가 닿지 못했지만, 다양한 서사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진심으로 즐기는 친구를 만나서 반가웠다.

그의 대화에서는 비교적 한 발 뺐지만, 나도 영화나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잠깐 현실을 잊고 남의 세계를 구경하다가 오는 기분이 좋아서인지, 좀만 시간이 나면 예외 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를 택한다.

효율을 중시하는 나는 무슨 일이든 정당한 이유를 찾는다. 특히 영화나 소설을 즐기는 일은 비교적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서, 시간만 따지자면 효율적이지 않은 취미다. 보통은 인생 공부라 생각하며 합리화를 하는 편이다.


새로운 세계를 깊이 탐구하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완전히 몰입하는 경험은 분명 이야기에서만 가능한 일이니까.


잠시 나의 안전지대를 내려놓고 작품이 구축한 세계에 몸을 맡길 때의 자유가 유난히 좋아서 만든 핑계다.


그때만큼은 잠깐이나마 타인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으니, 어쩌면 이타심을 기르는 훈련일지도 모른다는 착각도 해본다.


최근 문학에 대한 편식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의식적으로 다른 책을 읽고 있긴 한데, 이번 대화로 내가 꽤나 이야기에 진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편식하는 취향도 사랑해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부끄)

사는 게 다 똑같지라고 생각하면서 만남을 미루다 보면 자꾸 자기만의 편협한 사고에 갇히고 혼자 굴을 파고 숨는 경우가 많은데, 기회가 될 때... 누가 만나자고 할 때...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야지...라고도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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