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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마이 Jan 01. 2022

아빠의 속마음

오빠가 두 달 만에 집에 와서 가족이 다 모인 자리. 컨테이너를 개조한 카페에 갔다. 조금은 허술하지만 독특한 분위기에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엔 초등학교에서 코딩 배운대. 나 늙으면 애들이 저 이모는 코딩도 몰라! 이럴 것 같아 무서워.” 얘기하자 오빠는 몰랐다며 눈이 휘둥그레. “예전에 엄마 때는 컴퓨터를 다룰 줄 몰랐어도 우리는 컴퓨터를 당연하게 배웠듯 언어도, 코딩도 그렇게 되나 봐. 요즘 애들 영어도 짱 잘해”


이런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아빠는 말했다. “모르는 건 괜찮아. 모르는 건 괜찮은데, 나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무서워. 요즘 애들이 하는 이런 것들, 컨테이너로 카페 만들 생각을 누가 했겠냐고... 꽉 막혀서 다른 생각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제일 무서워”

몰랐다. 평소 내가 꼰대라 놀리면 아빠 나이가 몇인데 당연히 꼰대지, 너희가 젊다고 다 맞는 줄 아냐며 진짜 꼰대처럼 대답하던 아빠는 속으로는 그런 고민들을 안고 있었다. 누가 내 아빠를 욕할 수 있을까. 그동안 내가 수없이 건드려왔던 아빠의 답답한 부분이 사실은 부모의 죽음과 가난도 이겨내고, 장남에서 또 가장으로 꿋꿋이 살아내느라 생긴 굳은살 같은 것이라는. 떼어내려 해도 쉽게 떼어낼 수 없고 누군가 손가락질해도 자기 살의 일부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30년도 채 안 되는 얕은 인생을 살아온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수십 년 뒤에 세상에 나 홀로 남아 떠올릴 것만 같은 아빠의 속마음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나는 자주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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