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의 크기와 결혼

재사용 종량제 봉투의 각자 다른 묶음 방식의 이해

by 세모아저씨

2인 가구로 살다 보니 10L혹은 20L 재사용 종량제 정도의 쓰레기봉투만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이것은 세모집에 남은 처치곤란 중대형 폐기물을 일제히 쓸어 담을 엄두를 못 내게 했다.


50L 종량제봉투를 쓰게 될 때는 미뤄 놓은 쓰레기들을 버릴 과감한 결단력들이 생긴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대단한 변화들을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는 있으나 쉽게 실천하지 못할 때 더 큰 거대한 무엇인가가 그것들을 몽땅 다 정리해 주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과 흡사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고 나를 지배하는 외부적 규율의 방향들이 선회하면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는 것일까.


경험적으로 나는 스스로 머리를 밀고 나의 알람시간을 바꾸고 때에 따라서는 조금 긴 공복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는 일이 조금 더 실제적인 나를 정리하는 행위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빠는 나에게 말했다 벌려놓은 일을 자주 끝내지 못한다고. 어쩌면 마무리 못 하는 일은 시작하지 못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는 김에 일하는 나를 보면서 내 생각의 사이클은 타이밍이 맞지 않더라도 언제나 다시 오게 됨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생각난 김에 염두만 해두는 뇌의 어느 한 영역을 조성해 두긴 한 셈인 것 같다.


생각난 김에 기부하고 생각난 김에 안부 인사를 건네고 생각난 김에 농담을 한다.


어쩌면 나의 터전은 80.6% 정도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어야 제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결혼도 마찬가지 아닌가? 식을 치르고 살림을 합쳤다고 해서 100%를 이룬 것이 아니다. 아마 이제야 한 10% 정도의 진도. 어쩌면 그보다 더 작은. 그니까 서로에 대해 미완한 상태로 온전히 이해하기로 결심하는 중이라면 Our marriage is in progress. That's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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