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느냐 vs 누가 짓느냐
고층 빌딩 사이에서 고요한 건물이 더 큰소리를 냅니다. -David Chipperfield-
집을 짓는다는 것, 삶을 설계하는 것
우리가 가진 대지는 반듯하지 않았다. 지면은 비탈과 맞닿아 있었고, 그 때문에 GL(Ground Level)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고민이었다.
땅을 다듬고, 균형을 맞추고, 집이 설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일.
이 과정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삶의 바닥을 정하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삶도 그렇다.
주어진 현실은 언제나 평탄하지 않고, 그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균형을 찾으며 서 있어야 한다.
비탈을 다듬듯, 삶을 구성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일.
우리는 어디에 서야 하고, 어떤 바닥을 딛고 살아야 할까?
고층 빌딩 사이에서 조용히 자리한 건물.
그 침묵이 더 큰 소리를 낸다는 말이 있다.
우뚝 선 기둥 같은 존재가 빛을 머금고 서 있을 때,
그것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