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습>을 꿈꾸며

존중, 상호-배움, 정직한 피드백

by 오세준

<하재근의 TV세상> 백종원, '선'을 넘고 있다 https://entertain.v.daum.net/v/20181127143027170


위 기사의 게시판과 댓글들을 보니 무언가를 '치열하게', '제대로', '효과적으로' 배우려면 '욕'도 좀 먹고, 인격 '모독'도 감수하고, 감정이 '상傷'하는 것쯤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참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백종원 관련 기사를 두고 쓰인 댓글, 포스팅들 얘기다)


그러한 생각은 참으로 뿌리가 깊으니 가까이는 어른들의 훈계, 멀리는 신화의 메시지, 종교의 가르침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흔한 것들이다. "너는 부족한 존재이니, 완전해 지기 전까진 배우고, 고통을 감수하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류의 메시지들 말이다.


but,


참으로 오래된, 낡은,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생각들이다. 적어도 나는 단 한 번도 나를 무시하고, 상처 주고, 때리고, 욕한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치열하게, 제대로, 효과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물론 자기는 그렇게 배웠고 그것이 좋았고 효과적이었고 그래서 심지어 고맙다는 말까지 하는 사람들은 꽤 많이 봤는데 그 말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참으로 썩어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의 경우 좋은 교사도 스승도 아니었다. 그저 앵무새일 뿐.


저런 낡아빠진 관념을 받아들이지 않고도 우리는 매우 '치열하게', '제대로', '효과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습득할 수 있다. 진정한 변화를 낳는 <새로운 학습>에선 학습자에 대한 '무시', '탑-다운의 일방적 가르침', '처벌과 보상'이 아니라 '존중', '상호-배움', '정직한 피드백'에 기초한 진짜 변화가 일어난다.


이상적인 심리상담이 그렇다.


이상적인 상담 속에서, 내담자는 자신이 어떠한 기준에 의해 점수 매겨지고 평가받지 않고 그냥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다는 '존중'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내담자의 마음을 열어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변화할 태도를 만들어준다. 변화의 스타트라인에 서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상적인 상담 속에서, 내담자는 상담 과정에서 배운 것을 상담자에게 매 세션 전달하면서 역으로 상담자를 가르치기도 한다. 상담자가 미처 취하지 못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그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상담자가 상담자가 내담자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상호-배움, 그리고 상호-성장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변화의 '보증수표'라 할 수 있다. 남에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통찰은 그만큼 내면에 깊숙이 남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적인 상담 속에서, 내담자와 상담자는 서로가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극도로 정직하게 주고받는다. 이러한 '정직한 피드백'은 내담자의 학습과 변화를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촉진시키는데, 더 놀라운 것은 이 피드백 주고받기가 매우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상적인 상담자는 당신이 저지른 실수나 잘못, 죄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나 조언을 하기보단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부터 당신이 느낀 온갖 감정들, 취한 행동들, 자연스러운 귀결들을 '있는 그대로' 거울처럼 돌려보내준다.


그리고 그 거울은 내담자의 자기상을 왜곡 없이 깨끗하게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상태와 앞으로 필요한 변화를 내담자가 스스로 돌아보게끔 도와준다. 정직한 피드백은 '당위'에 기초한 자기-비난 대신 '진실'에 기초한 책임-행동을 이끌어낸다. '진실'은 무엇이 진짜 문제이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인지를 정확히 지적해주기 때문이다.


이상의 '존중', '상호-배움(혹은 성장)', 그리고 '정직한 피드백' <새로운 학습>의 3요소로 꼽고 싶다. 그리고 이것들이 제대로 작동할 때 그동안 학습자들이 진짜 배움을 위해 감내했던 욕설, 모욕, 무시, 처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몇 번이나 '무시', '탑-다운의 일방적 가르침', '처벌과 보상'의 <낡은 학습> 방식을 쓰고 있거나, 쓰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존중', '상호-배움', '정직한 피드백'으로 돌아온다. 그러고 나면 <새로운 학습>이 더욱 효과적임을 깨닫게 된다.


아이를 관찰해보니 더욱 분명해진 것은 무언가를 가르친답시고 차가운 태도로 무시하거나, 혹은 열의를 가지고 훈계를 하거나, 나의 앎과 기준을 강요하거나 하면 저항만 커지고 마음이 닫혀 학습 속도만 느려진다는 것이었다. 특히 신뢰관계가 약해지면서 상호-배움이 사라진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졌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내가 무언가를 잘 배웠을 때는 존중, 상호-배움, 정직한 피드백이 조금이라도 있었을 때였고, 무언가를 배우기 싫거나 배우지 못했을 때는 이러한 것들이 없었을 때였다.


개인적으로 백종원 사장님을 매우 좋아한다. 그의 사업가로서의 경험, 지식, 태도 거의 모든 것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때론 그도 실수를 할 수 있고, 그가 교육자로서 이번에 취한 훈계자-모델은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이끌어낸 실제 극적인 변화들은 사실은 그의 훈계자로서의 역할보다는 그가 방송에서 보인 진심 어린 존중, 상호-배움, 정직한 피드백(특히 백종원 씨가 잘하는 것)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대한민국 방송들은 제발 양념 좀 그만 쳤으면 좋겠다. 일부러 갈등을 증폭시키고 시선을 붙들어놓는 방식들은 다 시청률을 높이고 싶어 그런 건 줄 안다. 그런데 다들 그러다가 망한다. 적당히 해라 제발 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트코인 때문에 후회하고 있다면? 당신의 뇌를 탓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