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트라우마'와 '외상 후 성장(PTG)'

강양구 기자의 [노무현 트라우마]를 읽고

by 오세준
"우리는 어떻게 노무현 트라우마를 겪으며 외상 후 성장을 이뤄냈는가?"


긴 글이라 미리 결론부터 밝히고 시작한다.


대부분의 언론, 정치인, 지식인 등은 우리 문재인 지지자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니,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을 하나하나 호명하기 귀찮으니 지금부터 (구)엘리트라고 부르겠다.


(구)엘리트가 문재인 지지자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축약된 좋은 사례가 있어 가져왔다.

강양구 기자의 페이스북 실린 [노무현 트라우마]라는 글이다. 링크


글의 요지는 5개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1. 조국 장관을 옹호하고 그 가족을 걱정하고 마치 자기일처럼 분노하는, 이른바 '버튼'이 눌려진 사람들은 [노무현 트라우마] 때문이다.

-> 맞는 말이다. 실제로 나를 포함 많은 문재인 지지자들은 [노무현 트라우마]를 직접 심장으로, 온 몸으로 겪고 어쩌면 가족의 죽음보다도 더 슬퍼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떤 이는 실제로 스트레스를 못 견뎌 암으로 죽기도 할 정도였다.


2.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좋은', '멋진' 정치인이었지만 5년의 실정으로 개혁 가능성을 차단하고 사기꾼 이명박 당선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실패한 정치인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누구나 자유롭게 내릴 수 있다. 나에게는 성공적인 대통령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실패한 대통령이었는지 모른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얘기다.


3. [노무현 트라우마]가 작금의 한국 정치에 미친 폐해는 넓고 깊으며(예 : 폐족부활, 인사실패, 지지부지 개혁, 지지부진 남북관계) 현재 눈에 띄는 건 박근혜 정부가 했던 것과 비슷한 '한풀이 정치'다.

-> 2번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표현의 자유가 있고 문재인 정부가 '한풀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뭐, 그럴 수 있다. 역시 받아들일 수 있다.


4. 트라우마에 짓눌린 개인이 결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없듯이 [노무현 트라우마]를 동력삼아 움직이는 정치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 이 지점부터가 진짜 문제고 무지의 출발이다. 트라우마를 물리쳐야 할, 퇴치해야 할, 없애야 할 '질병'처럼 여기는 이들의 한계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재인 지지자들이 어떻게 노무현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 사건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노력했는지, 어떻게 트라우마를 통과해가며 '성장'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


5. 문재인 정부 또 '조 아무개'(원문의 표현)의 열성 지지자들이 내 편/네 편을 가르고 상대방을 악마시하는 것은 [노무현 트라우마]가 낳은 병든 정치의 결과다.

-> 문재인 지지자들을 모르니 모든 것을 [노무현 트라우마]의 증상으로 본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이라는게 이렇게 무섭다. 진작에 트라우마를 통과해 이전보다 더욱 성장한 개인과 집단을 놓고 여전히 'PTSD' 진단명을 붙이고 있다.


사실 [노무현 트라우마]라는 말, 강양구 기자만 쓰는 게 아니다.

많은 (구)엘리트들이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붙였던 진단명이다.

그들은 우리를 트라우마에 짓눌려 발작하듯이 정치에 참여하는 환자들로 본다.


우습다.

트라우마에 대해 1도 알지 못하는 심장이 없는 자들이,

가슴을 열어 놓고 살았기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었던 이들에게 우습게도 [노무현 트라우마]라는 진단을 내린다.


PTSD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을 꼽자면,

충격적인 사건의 '재경험',

이와 관련된 상황 자극에서 '회피'하는 행동

그리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식의 과민반응('과각성')이 있다.


뭐, [노무현 트라우마]에 짓눌린 사람이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솔직히 말해 여전히 저런 증상이 있는 이들도 있으니까.

그들에게는 우리 문재인 지지자들의 '다수'가 환자로 보일 것이며 또 계속 그렇게 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직접 [노무현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 사람으로서 말하건데,

문재인 지지자들의 절대다수는 [노무현 트라우마]를 통과하며 오히려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줄여서 PTG'을 이뤄낸 사람들이다.


우리 문재인 지지자들은 [노무현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노무현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 사건과 일련의 비극적 사태들 - 이명박 당선, 박근혜 당선, 세월호 등을 겪으면서도 민주주의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가정에서, 거리에서, 인터넷에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 하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때론 미숙한 분노도 있고 거친 표현도 있고 분명 '증상'으로 볼만한 문제도 있었지만 다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더욱 강해졌다.

그렇게 한 데 뭉쳐서 촛불을 들고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으며 누구보다도 강력한 지지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일련의 개혁들과 남북화해라는 거대한 인류사적 과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 문재인 지지자들은 더 이상 '회피'하지 않는다.

언론과 검찰권력 앞에서도 당당히 맞서 주권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는 '과각성' 상태에서 흥분하여 목적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

주의 깊게 사안을 살피고 잘못된 정보를 반박하고 의견을 모아가며 언론과 검찰이라는 시민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바꾸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노무현 트라우마]를 '재경험'하지 않는다.

봉하마을 추도식은 이제 엄숙한 자리가 아니라 즐거운 축제가 된지 오래다.

문파들의 집결지인 SNS에는 쓸데 없는 삭발과 목소리만 큰 규탄이 아니라 온갖 재미난 드립과 진지한 저항이 뒤섞여 한 바탕 축제의 장을 만든다.


이번 토요일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펼쳐질 집회에 오면 그 진면목을 알게 될 것이다.


더 이상 '회피'하지도, '과각성'하지도, '재경험'하지도 않는 이들에게 감히 [노무현 트라우마]에 짓눌려있다는 오진단을 내리는 (구)엘리트들을 굳이 설득하고 싶지도 않다.

당신들은 그렇게 계속 우리를 오해하라.

그리고 그렇게 썩은 동태눈깔로 세상을 보면서 조용히 쇠멸하라.

그것이 당신들의 '운명'이니까.


"도대체 저들에게 눌려진 버튼이 왜 나한테는 통하지 않을까..... 고백컨대, 나는 '노무현 트라우마'가 없다"


강양구 기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트라우마가 없으니 우리를 모를 수 밖에 없다.

시청 광장에 모인 50만명이 함께 모여서 눈물을 흘리던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치유되었다.

그때 온몸의 전율이 돌고 심장이 뛰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통하는 에너지를 느꼈다.


"우리는 반드시 변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다시는 그 짐을 누군가에게 혼자 지게 하지 않겠다. 이제 내가 노무현이다"


부끄럽게도 그 결심을 자주 잊었지만, 그래도 반 걸음이라도 나가려고 애쓰고 살았다.

나를 포함한 우리 문파들의 마음이 그랬다.

운이 좋게도, 우리에게는 문재인이라는 훌륭한 외상 후 성장의 모델이 있었다. 그는 장례식장에서 이명박에게 고개를 숙이며 품위를 지켰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었다.

거센 공격과 비난, 방해 속에서도 그는 꿋꿋히 앞을 향해 걸어나아갔다.

그런 그를 보며 우리 또한 계속 전진하고 있다.


[노무현 트라우마]가 누르는 버튼, 누군가에게는 병든 정치를 향한 폭주의 버튼이겠지만 문재인 지지자들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상승'의 엘리베이터 버튼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외상 후 성장'이라고 부른다.

RXOZ2gMHEjZwQydKyD5eSI9XFd3vW0ByiQ6HIfTH.jpeg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사진. 6.25라는 국가적 차원의, 3대를 넘게 지속된 트라우마를 이겨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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