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記 #6. 16-03-28
덕분M을 최고존엄으로 모시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오늘 큰 실수를 했다.
상황은 이러하다.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아직 꼬맨 자리에 염증이 있는지라 의사가 이틀뒤 다시보자고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럼 이모님께 애기 맡기고 병원른
그러자 그분께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셨다. ㅠㅠ
어떻게 혼자 다녀오라고 하냐? 산후조리중인데…
아아…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리고 우리의 오래된 나쁜 패턴이 반복되었다.
우선 덕분M이 감정을 추스릴 시간을 달라며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그럼 나도 입을 다물고 있는데 그냥 기다리면 될 것을 꼭, ‘실수할수도 있지, 좀 넘어가주면 안되나?’하며 내심 서운함을 쌓아간다. 결국 나는 삐짐을 온몸으로 연기하는데 그 모습을 본 덕분M 또한 서운해한다. 그렇게 우리는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 감정의 파장을 수습하지 못하고 결국 서로를 향한 누적된 불만을 토로하는데, 결론은 둘다 서로가 바뀌길 원한다. 근데 서로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왜냐면 내가 옳으니까. 내 감정이 우선이니까…
내 감정이 앞서다보니 결국, 덕분M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다.
그 힘듦을 먼저 알아줬어야 하는데…
내 두려움 때문이다. 상대가 감정을 소화할 시간을 채 주지 않고 얼른 그것을 삼켜버리게 하려는 나의 성급함은 결국 두렵기 때문이다
감정으로 나를 꾸짖는것 같아 두렵다. 그것이 내것이 아님에도 내가 책임져야할 것 같아서 두렵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그것을 없애버려야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왜? 내가 그것을 느끼길 두려워하니까. 내가 서운함, 분노, 짜증 같은 감정들을 두려워하고 피하려드니까….
덕분M에게 미안하다. 나의 두려움이 결국 삐짐으로 나타나 안 그래도 힘들고 서러운 마음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정말 미안하다. 그분의 옆에 서야 하는데 앞에 서서 길을 가리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나도 모르게’ 말이다.
산후조리기간이다. 정신차리자. 앞이 아니라 옆에 있어야할 시기이다. 세준아, 오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알겠지?
p.s 그리고 덕분님, 앞으로 아빠가 조심할게요. 사랑하는 엄마 마음 아프지 않게 아빠가 잘할게요. 미안해요, 그리고 잘자요 덕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