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by 오세준

항동기찻길을 걸어 출근하면서 문득,
여름 비오던날 퇴근길이 생각났다.

여름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그 날 사무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서 어떻게 집에 가야하나 걱정하던 나에게 동료가 우산을 건네주었다.

"나 하나 또 있으니까 오팀장이 이거 가져가"

오, 땡큐 땡큐 연달아 외치면서 사무실을 나왔다.
우산 사느라 돈을 안 써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에 좋아졌다.

천왕역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어귀에 접어들었다. 막 발걸음을 내딛는 찰나에 웬 여자가 우산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머 연두 아버님, 안녕하세요!"

이사가기 전에 살았던 빌라 5층에 사는 예준이네 엄마였다.
놀랐지만 반가웠다.
이런 저런 안부를 주고받다보니 어느새 빌라 앞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난 항동 기찻길을 따라 걸으며 수목원 초입에 들어섰다.

그때였다.

"아이고 총각, 저기까지만 우산 좀 씌워줘요"

50대 쯤 되어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우산 속으로 들어오셨다.
네, 하고 우산을 씌어드렸다.

오른손으로 우산을 들다보니 결국 왼쪽 어깨가 빗물에 닿았지만 상관 없었다.
무언가 유쾌한 기분이었으니까.

아주머니는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셨다.
조선족이신데 일해서 모은 돈으로 새로 지어진 아파트를 사셨고 아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하셨다.
고개만 끄덕이며 조용히 들어드렸다.

젖지 않게 아파트 입구까지 모셔다드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를 글로 옮겨야지 했다가 연두랑 놀다보니 까먹었다.

그러다 오늘 출근길에 기찻길을 걸으면서 다시 떠올랐다.
날씨가 쌀쌀했는데 마음은 따뜻해졌다.
그때의 기억으로 말이다.

그날 손에 쥔 우산은 하나였지만, 세 개였다.

동료가 빌려준 우산,
예전에 함께 산 이웃에게 씌어준 우산,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이에게 씌어준 우산,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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