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다행이야
중소기업 다니고 있다.
매출도 직원수도 대기업 다니난 사람들이 보기엔 귀여운 수준이다.
하지만 작아도 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난다.
덕분에 이런 일 저런 일 안해본게 거의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가지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것이 있다.
가장 크게 깨달은 건,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내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정말이다.
내 의사, 내 생각, 내 결정대로 100% 기획되고 실행되고 결과물이 나오는 일 따위는 없다.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찬성도 반대도 수렴해야 하고 일의 중간 과정을 사람들과 나누면서 때로난 초기의 기획을 엎기도 한다.
결과물을 놓고도 내 의사와 달리 추가적인 수정 요청이 발생하고 사실 그게 못마땅하지만 다수의 의견이면 따를 수 밖에 없다.
처음엔 속으로 부글부글했다.
- 내 아이디어가 옳은데! 왜? why? 고치라는 거지?!?
그런데 결국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보면 대표님이나 다른 팀장, 팀원들이 내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다 일리가 있음이 밝혀졌다.
다들 내가 나만의 관점에 갇혀 있을 때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내가 내리는 결정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주고 있었고 그만큼 성공의 확률도 높여주고 있었다.
결국 일이 끝날때 나는 안도의 숨을 쉬곤 했다.
- 일이 내 맘대로만 되지 않아 다행이네.
일은 '우리We'의 영역이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보고 나 혼자 고기구워먹고, 아무튼 원래 개인 플레이로만 만렙 찍었는데,
조직에서 일하면서 팀플레이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물론 여전히 다른 사람들 의견에 기분이 나빠져서 속으로 부글부글할 때 있다.
하지난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이 일이 과연 내 생각대로만 진행될까?
그렇게 가는 것이 정말 성공의 확률을 높여줄까?
저 의견을 받아들이면 이 기획이, 서비스가, 사안이 어떻게 변할까?
과거를 돌아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당장은 쓰더라도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반영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니까 말이다.
어차피 세상이 마법처럼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변하는 일 따위는 없다는 거, 어른이 되면서 배운 쓰면서도 단맛나는 진리다.
그래, 단맛은 분명 있다.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여가면서,
내가 의도했던 바와 100% 일치하진 않지만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은 꽤 달콤쌉싸름하다.
카카오 순도가 높은 초컬릿 같다고나 할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