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명상 권하는 글-

호흡명상 + 자애명상

by 오세준


올해 수술을 두 번 받았다.

한 번은 왼쪽 검지 손가락, 한 번은 귀 밑의 혹(떼고 나서야 암으로 확인된 ㅎㅎㅎ).
어린 시절 포경 이후로는 처음이었고 둘 다 큰 수술이었다.

농구하다가 다친 왼쪽 검지 손가락은 탈구였다.
부러진 것은 아니었는데 손가락 인대가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탈구가 되었다.
후배가 내 차를 몰아주고 병원을 향하는데 탈구된 손가락을 제 눈으로 보는 건 참으로 묘한 경험이었다.

의외로 통증 자체는 그냥 '얼얼함'이 전부였다.
하지만 문제는 비주얼이었다.
인대 색깔이 새하얗다는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인대 사이로 뼈도 보였다. --;

보통은 이럴 때 아마 오만 생각이 다 들고 정서적으로 큰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평-온했다.

걱정은 좀 됐지만 패닉에 빠지진 않았다.
첫번째 병원에서 거절 당해서 두번째 병원에 도착했는데 수술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냥 기다렸다.

그리고 수술방에 들어가 부분마취하고 손가락 수술을 하는 동안은 예전에 배운 자애명상을 암송했다.
뭐, 약간 개사는 좀 했다.

"내 손가락이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내 손가락이 건강하기를 기원하듯이 이 병원에 있는 모든 환자들이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외우다가 깜빡 졸고 나니 수술이 끝났다.

일주일 입원하다가 퇴원한 후 한 두 달 정도 재활하고 다시 농구장에 나갔다.

다친 손가락은 이전과는 달리 완전히 구부러지지 않았지만 조심조심 재미있게 농구를 했다.

트라우마는 없었다.

두 번째 수술은 귀 밑의 종양을 제거하는 전신마취 로봇수술이었다. 의사는 암일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았는데 실제로도 떼고 나니 암인 것으로 확인됐다(일단 현재는 암을 제거한 암환자임 ㅎㅎㅎ).

수술 시작 전후로 달리 할 게 없어서 명상했다.
역시 제일 익숙하고 만만한게 호흡명상 + 자애명상이었다.
문구는 단순했다.

"나와 이 병원의 모든 존재들이 건강하게
수술받고 회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시각화도 곁들이는데 주로 빛이 나로부터 뿜어져나와 병원 전체를 감싸는 방식으로 했다.

효과는 역시 좋았다.

일단 쓸데없는 잡생각과 불안이 확 줄어든다.
그리고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수술 후의 불편함과 통증도 수용하는 힘이 생긴다.

명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불안과 통증을 달래기엔 참 좋은 방법이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올해 두 번의 수술을 받으면서 아주 잘 써먹었다.

그렇다고 평소에 명상을 규칙적으로 하진 않는다.
그건 한 10년 전에 하던 거고 요즘은 그냥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이번처럼 큰 일이 생길때면 자동으로 명상 모드에 들어간다.

명상이 뭐 대단한게 아니다.

그냥 호흡과 함께 일어나는 일을 일어나게 하고 마음은 쉬면서 가급적 선한 의도를 품는게 전부다.
그러다보면 잡생각이 줄어들고 그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함께 줄어든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상황에 대처할 뿐이다.

게으른 간헐적 명상 수행자지만 나름 명사의 효능을 담은 체험 수기 적어보았다.

어떤가? 웬만한 초능력보다 훨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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