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두의 최애놀이는 바로 '동굴놀이'다.
기본은 항상 그렇듯 소꿉놀이인데 그걸 동굴 안에서 하는 거다.
" 아빠 ㅎㅎㅎ 동굴 만들어줘 동굴!"
집에는 당연히 동굴이 없으니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내 팔과 다리가 기둥 역할을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텐트 모양이 만들어지는데 그걸 동굴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신데렐라/인어공주/백설공주 등 공주 이야기를 하거나 생활 속 에피소드들을 주제로 요리/어린이집 가기/졸업여행(최근추가)/결혼식/운전/놀이터에서 놀기 등을 한다.
이걸 무려 한 시간 넘게 한다.
나 퇴근 후에 말이다 ㅠㅠ
이건 평일 기준이고 주말에는 일평균 2시간은 역할극 해야 한다. ㅋㅋㅋ
요즘은 심지어 낮잠도 잘 안자고 놀려고 한다.
주말에는 기본 늦잠잔다.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어서다.
힘들다고 안 놀어주면 우는데 그 닭똥같은 눈물을 보면 결국 놀 수 밖에 없다.
결국 놀이는 아빠, 책읽기는 엄마로 주로 분업화되었다.
아내는 주로 정적인 놀이를 하고 계속 떠들면서 연기하는 것은 아빠의 몫이다.
내가 메소드 연기력이 좀 되긴 한다. ㅋㅋㅋ
마녀, 공룡, 동물원 꽃사슴, 샐리, 삐삐, 펭귄 등 아무튼 주어진 배역은 다 소화하고 있다.
다시 동굴 얘기로 돌아가자.
연두가 동굴 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왜 저리 좋아할까 생각해보았다.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자궁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자궁과 이불로 덮여 있을 때 순간 만들어지는 그 어둡고 따뜻한 공간은 서로 닮아있다.
이와 더불어 연두의 놀이 방식을 떠올리니 하나의 키워드가 떠오른다.
'재연 reenactment'
맞다. 연두의 모든 이야기는 자신이 겪은 혹은 겪고 싶은 이야기의 재연이다.
그렇다면 동굴은 자궁체험의 재연 아닐까?
놀이가 곧 재연이고 재연이 곧 놀이다.
라는 가설을 세워본다.
써놓고보니 어딘가에 있을법하다. ㅎㅎㅎ
이제 곧 집에 도착한다.
가면 또 난 재연극의 배우가 되겠지.
연두가 주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내꺼다.
나만 배우니까 ㅋㅋㅋ